증권
원숭이 띠동갑 전문가들이 보는 丙申年 증시는
입력 2015-12-31 17:16 
지난달 31일 한 해를 마감하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모인 원숭이띠 증권 전문가들이 2016년 대박을 기원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부터 1980년생인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 조지현 KB자산운용 차장, 김수민 한국투자신탁운용 차장. 다음 세 명은 1968년생인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본부
"아직 바닥에 도달했는지 확실치 않다. 하반기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으니 가급적 현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1968년생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화장품 바이오 등 신성장주는 올해도 계속 주목받을 것이고, 철강 등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취약업종도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1980년생 조지현 KB자산운용 차장)
같은 원숭이띠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1968년생 증시 전문가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장세에 익숙한 1980년생 증시 전문가가 새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서로 달랐다.
한 해를 마감한 지난달 31일 매일경제신문은 붉은 원숭이 해를 맞아 띠동갑인 68년생 전문가 3명, 80년생 전문가 3명 등 총 6명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68년생 전문가로는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윤남 센터장,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이, 80년생 전문가로는 조지현 차장, 김수민 한국투자신탁운용 차장, 손재현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이 참석했다. 각 세대를 대표해 명쾌한 진단을 내려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다. 유동성 장세에 익숙한 80년생 전문가들은 작년 같은 증시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68년생 전문가들은 6년째 박스피가 이어져온 만큼 새해에는 큰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차이는 증시가 바닥을 지났는지에 대한 인식이다. 68년생은 올해 달러가치가 크게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윤남 센터장은 "현재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신흥국 등의 경기회복 속도는 매우 느리다"며 "올 하반기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믿을 건 달러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달러당 원화값이 작년 최저치인 1208원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센터장도 "조선·건설·철강은 중국 내 설비투자 과잉과 만성적인 재고 때문에 눌려 있는데 이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당분간 이들 업종에서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뉴스가 더 많이 들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80년생은 증시가 바닥을 지났고 단지 회복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띠동갑 선배들보다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손재현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은 바닥에 이미 도달했다"며 "조선·건설·철강 업종이 지금보다 더 최악의 국면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차장도 "외국인들은 신흥국 중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본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증시의 하방 압력은 작년보다 덜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거들었다.
현상 진단이 다르다 보니 이들이 내놓는 투자 전략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선배들은 위기 땐 현금이 최고라고 강조한다. 투자자들은 증시 급락에 앞서 현금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투자 대상 기업을 찾을 때도 보유 중인 현금자산 규모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윤남 센터장은 "내년 하반기 증시가 특히 불안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산가치 변동이 적은 현금, 특히 화폐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달러화 현금을 보유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80년생은 비싼 성장주와 저평가된 가치주를 한 바구니에 담는 소위 '바벨 전략'을 권했다. 어중간한 산업이나 종목은 빼고 양 극단에 있는 명품주와 싸구려주만 담다 보니 생긴 모양이 꼭 역기(바벨)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바이오 화장품처럼 그나마 미래 성장성이 있는 몇몇 종목들이 돋보일 수밖에 없고, 거꾸로 장기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 중에서도 흑자전환(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크게 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지현 차장은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바이오 미디어 콘텐츠 화장품 등 신성장 업종이 주목받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가치주라도 생각의 전환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나타나면 주가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이러한 종목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80년생 젊은 전문가들이 철강 업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최근 '미운 오리'였던 정유화학주가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소부장·용과장 증시시각차 왜?
같은 원숭이띠 간의 이 같은 시각차는 주로 세대별 경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968년생 소부장(소심한 부장)들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세대다. 1990년대 중반 여의도에 입성해 외환위기를 거치고 2000년대 중반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증시 조정기를 여러 번 통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에 들어온 띠동갑 후배들, 즉 소위 '용과장(용감한 과장)'들은 카드 사태 이후 주식시장 활황기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동성 장세에 익숙한 세대다. 위기를 목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경기민감주 순환에 대해 선배 세대보다는 경험의 깊이가 얕다. 대신 바이오 화장품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깊고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한 방을 노리는 소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형 투자를 즐긴다.
김영준 센터장은 "2000년대 IT 버블 당시 기업 탐방을 갔다 와서 내가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 갈 것이라고 장담하면 선배 본부장은 먼저 의심부터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바이오주를 보면내가 그렇다"고 털어놨다.
[용환진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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