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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워킹맘, 다시 시작…`따도녀` 김정화의 서른셋
입력 2015-12-31 12:5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엄마가 된 미녀 스타들의 컴백이 유독 잦았던 2015년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반가운 컴백이 있으니, 배우 김정화의 안방극장 복귀였다.
JTBC 드라마 '디데이'를 통해 임팩트 있는 신고식을 펼친 그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는 '자연인' 김정화 대신, 데뷔16년차 '배우' 김정화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디데이'를 통한 김정화의 컴백이 성공적이었다 평가받는 건, 극중 보여준 연기와 눈빛에서 전해진 뜨겁게 뛰던 심장이 입증했다.
"소율이 힐링의 캐릭터라서 그런지 다시 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저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요. 캐릭터적으로도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 중 실제 저와 비슷한 면이 많은 역할이었어요. 감정이입이 되어 연기하다 보니 상대 배우와의 케미도 더 좋아지고, 현장 분위기도 편안하고 좋았죠."
지난 11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김정화는 "어쩌면 '디데이'를 안 만났다면 좀 더 미뤄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돌아보며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을 '디데이'라는 좋은 작품으로 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중 정신건강과 전문의 소율은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숭고한 직업의식을 지닌 인물이다. 소율을 비롯해 '디데이' 속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김정화는 인생의 특별한 마음에 대해 배웠다.
"소율이를 비롯해 극중 등장하는 의사들은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가족을 두고 다른 사람을 살리고 있죠.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고, 그들이 새 생명을 얻고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의 기쁨과 감동이 더 큰 것 같아요. 나눔 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죠."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희생'으로 보이지만, 김정화에게 그것은 희생보단 '사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배우들이 작품을 할 때 너무 힘들고 피곤해도 열정을 갖고 배우 생활 하는 게 좋은 거니까.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처럼요."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며 보내온 시간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배우로서는 부담되지 않을 수 없는 쉼표였다. 2년 여의 공백을 딛고 현장에 돌아온 김정화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물론 아이와 더 시간을 보내주면 좋겟지만, 저의 일이라는 점 그리고 남편의 지지 덕분에 결심하게 됐어요. '디데이'는 결혼 후 첫 작품이기도 했고, 상황적으로 좋은 환경이었어요.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냈고, 남편도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유동적이라 다행이었죠."
김정화의 평생 '반쪽'인 CCM 가수 유은성는 아내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다. "남편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배우의 자리에 있을 때 너무 멋있다고 응원해줬어요. 아이에게도, 멋지게 일하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겠냐면서요."
배우로서 제2의 시작을 알린 김정화의 다짐이 궁금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파이팅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까지.
"저 스스로 한 발자국씩 디디며 어른이 되고 성숙해졌으면 좋겠고, 그게 연기에 묻어나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도요.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배우로서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가 봤을 때, 그게 본인에게도 동기 부여가 됐으면 좋겠고요. 아이에게 부끄러운 배우가 아닌,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명확한 꿈이 서기 전, 한 때 김정화에게도 깊은 슬럼프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그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
"데뷔 초엔 차가운 이미지가 컸잖아요. 실제 내 성격은 그렇지 않다 보니 그 사이에서 오는 고민이 컸어요. 한동안 활동을 안 할 때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는데, 전 제가 슬럼프를 지나 여기를 떠나지 않고 이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는 게 감사해요. 점점 제가 지향하는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요. 제가 살아가는 걸 공유함으로써 진짜 제 모습을 알아봐주시는구나 하는 고마움도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정화의 만면엔 은은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어떻게 그녀에게 '차도녀'라는 이미지가 각인됐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얼굴이다.
"20대 땐 많은 고민이 있었고, 힘들고 예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조금 나이 먹고 여유를 찾으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알고 그 행복을 찾다 보니 그 마음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이 얼굴에 표현되는 것 같아요. 나이 들면 얼굴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삶이 환경이 마음이 그러게 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 게, 얼굴에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대의 질풍노도를 지나 맞이한 김정화의 30대는, 행복이다.
"30대가 된 후 더 행복해진 점이 있어요.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된 점도 있고요. 인생에 큰 변화를 겪었지만, 또 다시 질풍노도로 갈 것 같진 않아요.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앞으로 다가올 40대가 기대되요. 멋있게 나이 먹는 그런 여배우가 되고 싶고, 40대가 된 제 모습을 상상했을 땐 기대도 되요."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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