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로 사상최대 재정적자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 전격 인상했다. 또 복지를 확 줄이는 등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한 긴축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사우디가 감산 등을 통한 유가 반등을 유도하는 대신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가면서 저유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저유가 장기화 쇼크로 인해 미국 셰일업체들의 감산과 도산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8일 사우디 정부는 저유가에 따른 세수급감으로 눈덩이처럼 커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고품질 무연 휘발유의 경우 값을 ℓ당 0.60리얄에서 0.90리얄(279.83원)로 50% 인상했다. 저등급 휘발류는 0.45리얄에서 0.75리얄로 하룻새 67%나 올렸다. 또 디젤·천연가스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인상하는 한편 부가가치세를 신설하고 전기·수도료 정부 보조금을 깍았다. 싼 유류 가격과 정부 보조금에 익숙해져있는 사우디 가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델 파크이흐(Adel Fakeih) 경제장관은 유류값 인상 조치는 재정적자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우디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6%인 3670억 리얄(114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다. 유가급락에 따른 세입감소때문에 내년에도 적자예산(3270억 리얄)을 편성한 상태다. 사우디정부는 90% 수준이었던 원유판매수입의 정부재정 기여도가 내년에는 70%선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 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지면 미국 셰일업계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내년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의 감산으로 미국 원유 생산량이 일평균 57만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간 원유 생산량 감소폭으로는 사상최대치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28일 곤두박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29달러(3.4%) 떨어진 배럴당 36.81달러에 마감했고 런던ICE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1.27달러(3.4%) 낮은 배럴당 36.62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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