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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쌍엄지, 말이 필요 없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입력 2015-12-29 11:25 
복수 위해 생존 택한 디카프리오의 사투
'히말라야' '대호'와 비교 불가 '최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질 않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최고의 연기를 '선사'한다. 2시간 36분의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따낸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극한에 내몰린 남자의 사투를 스크린에 묵직하게 담았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 묘사도 섬세하다.
사람은 자연 앞에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자의 복수극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이냐리투 감독과 디카프리오가 의기투합해 내놓은 작품에 전율이 일 수밖에 없다. 엄청나다.
미국 서부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다.

모피 산업이 성행한 19세기 말 미국 서부, 개척 전 이곳은 유럽인과 인디언이 공존할 수 없었다. 유럽인은 동물의 가죽을 사정없이 벗겼고, 인디언들은 맹렬히 싸웠다.
길잡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행도 마찬가지. 인디언들과 살육전쟁을 벌이다 밀린 글래스는 일행을 이끌고 본부로 가려다 곰을 만나 큰 부상을 입는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글래스. 일행은 그를 이끌고 돌아가려 했으나 산세가 험하다. 인디언도 쫓고 있으니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대장 헨리(돔놀 글리슨)은 동료 2명에게 글래스가 죽을 때까지 지켜주고 묻어주라고 하지만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과 동행한 글래스의 아들인 인디언 혼혈 호크마저 죽이고 도망 길에 오른다. 몸을 일으켜 세울 순 없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글래스. 아들의 복수를 위해 치열한 생존을 택한 남자의 복수가 오롯이 영상에 흐른다.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회색 어미 곰에게 처참하게 공격당하는 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를 찢고 뼈를 부스러뜨리는 곰과 그 상황 묘사가 리얼하다. 곰의 숨소리와 입김, 입에서 떨어지는 침이 관객을 쪼그라 들게 한다. 또 디카프리오는 영하 40도 강추위 눈 속에 파묻히고 벌거벗은 채 강에 뛰어들어야 했다. 구르고 매달리며 기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살기 위한 사투가 치열하다.
한국영화 '대호'와 '히말라야'와 조심스럽게 비교하면, 곰은 CG호랑이 '김대호씨'와 비교도 안 된다. 눈 덮인 산속을 돌아다니는 배우들의 고행도 있으니 '히말라야' 역시 상대 안 된다. 울리고 말리라는 강요된 눈물도 없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데 애처롭고 슬프다.
죽음에 직면한 남자, 또 그 공포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의 눈빛과 표정을 본다면 딱 디카프리오의 그것과 같을 것 같다.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비인간적이고 탐욕스런 피츠제럴드 역의 톰 하디는 얄미울 정도로 악역을 잘 연기했다. 톰 하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메이즈 러너'에 나왔(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던 윌 폴터라는 신성을 발견한 건 보너스다. 글래스를 존경하면서도 상황 여건을 두려워하는 어린 사냥꾼 브리저 역할을 맡아 공포와 분노 등 다채로운 감정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죽었다 살아 돌아온 자는 두려울 게 없다.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걸 잃는다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건 당연하다. 하나의 목표를 갖고 4000km를 걷고 달린 디카프리오에 온전히 동화된다.
때때로 잔혹한 장면도 있고, 인디언 아내를 두게 된 사연 등 궁금증이 일긴 하지만 전혀 흠결이 되지 않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2016년 1월1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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