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배우에게 '강렬함'이란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2014년 KBS 단막극 '중학생 A양'에서 보여준 강렬함으로 대중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당찬 10대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 이열음(19)이다.
'고교처세왕', '가족을 지켜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등 근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녀가 2015년 필모그래피의 마침표가 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보여준 변화무쌍한 연기는 더욱 빛났다. 그렇게 '마을'은 20대 입성 첫 해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열음의 추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됐다.
이열음에게 웰메이드 드라마 '마을'은, 출연 자체가 자부심이 됐다.
"사실 학생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마을'의 경우 임팩트 강하고 연기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랴부랴 들어간 만큼 걱정도 많았는데 너무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컸어요."
이열음이 연기한 극중 가영에게는 쉽게 예상하기 힘든, 비극적인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었다. 드라마는 이 출생의 비밀을 '사건'과 연결지으며 분위기를 쫀쫀하게 이어갔다.
"정말 탄탄한 대본이라고 생각된 건, 어떻게 이렇게까지 꼬여있는 걸 차근차근, 전혀 머리 아프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보통 추리극 하면 머리 아프고 찜찜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마을'은 탄탄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즐거웠어요."
도발적인 여고생, 가영은 첫 등장부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초반에는 주로 당돌한 여고생의 이미지로 그려졌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추리극인 만큼 배우들에게도 추리의 단서가 쉽게 제공되지 않았던 터, 이열음은 가영이 지닌 비밀을 거의 모른 채 순간순간 주어지는 대본에 따라 연기에 임해야 했다. "대부분 캐릭터를 연기할 때, 앞 뒤 상황을 고려해 연기하게 되는데, 이번엔 전후 상황을 전혀 모르는 거예요.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극과 극이기 때문에 성격이 이랬다 저랬다 왔다갔다 해서 혼란스러웠어요."
가영의 감정 연결이 혼란스러울 때, 도현경 작가는 이열음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며 감정선에 대한 코칭을 해줬다. '마을'의 키를 쥐고 있던 유일한 현장 스태프인 이용석 감독 역시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극중 가영과 혜진(장희진 분)은 친부가 같은, 비극의 자매다. 그들의 친부인 목재소 사장 남씨는 아치아라 마을의 숨은 인격 살인마이자, 연쇄 성폭행범이었다. 대다수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 이 같은 설정에 이열음도 비껴가지 못했다.
"가영과 혜진샘이 자매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어요. 가영에게 있는 반점도, 질병에 의한 반점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극비였죠. 그게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는걸요."
그랬다. 이열음에게도 '마을'은 시쳇말로 '헐' '대박' '소름' 드라마였다. "저도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보면, 가영이라는 애가 초반에 너무 세게 그려졌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이렇게 챙겨주시는구나 생각했죠. 대본이 늘 예상 밖으로 가서 재미있으면서도 놀라웠어요."
무엇보다 '마을'은 범죄, 특히 성범죄를 극의 주요 소재로 사용,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이 뒤바뀐 씁쓸한 현실을 담대하게 그려냈다. 진실이 드러남에도 가진 자는 여전히 가진 자라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마을 안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인해서 가족의 아픔까지 갔고,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이상해보일 수도 있는데, 여자들이 범인을 알면서도 감추기 위함이 아닌, 가족의 아픔이 있는 성범죄를 감싸기 위한 것이라는 전개를 통해 성범죄가 너무 자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 여자들의 아픔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잘 표현된 것 같아 의미 있다 생각하고요. 가영이를 통해 파브리병에 대한 것도 알리기도 했고요. 성범죄도, 공포 같지만 아픔을 보여줬고. 처음엔 다 무섭기만 하고 이상했는데, 점점 아픔을 드러내준 것 같아서 좋은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꽃 같은 나이에 외롭게 떠나간 가영에게는 애잔함이 컸다. "가영이는 어려서부터 아빠가 없었고, 남자라는 존재와의 접촉이 없어서 미술샘에게 더 집착하게 된 것도 있고, 끌렸던 게 사랑이라 착각하고. 혼란을 겪었던 것 같아요. 심리적인 아픔을 겪고, 또 파브리병을 받아들이고, 여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다 드러내면서 죽게 됐죠. 모든 상황에 상처받았지만 그럼에도 소녀로서의 순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그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좋은 모습으로 가길 바래. 너무 혼자, 미움만 받는 것 같아서 속상했을텐데..."
그렇게 가영을 보내며 '마을'과 작별을 고한 이열음은 잠시나마 자연인 이열음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배우 윤영주)의 뱃 속 태교담부터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까지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열음은 "올해 작품을 쭉 이어 하느라 학교 생활을 잘 못했고 주위 사람들을 잘 못 챙겼는데, 내년엔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바람도 덧붙였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미숙한 부분이 많겠지만,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게 있고, 성장할테니까요. 지나간 작품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아요."
향후 맡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묻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받는 역할"이라 답한 이열음. 차기작을 통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듯 하다. 내년 TV조선을 통해 방송되는 새 드라마 '오직 하나뿐인 그대' 여주인공으로 발탁됐기 때문. 벌써부터 이열음이 그려나갈 2016년의 '필모'집이 궁금해진다.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우에게 '강렬함'이란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2014년 KBS 단막극 '중학생 A양'에서 보여준 강렬함으로 대중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당찬 10대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 이열음(19)이다.
'고교처세왕', '가족을 지켜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등 근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녀가 2015년 필모그래피의 마침표가 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보여준 변화무쌍한 연기는 더욱 빛났다. 그렇게 '마을'은 20대 입성 첫 해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열음의 추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됐다.
이열음에게 웰메이드 드라마 '마을'은, 출연 자체가 자부심이 됐다.
"사실 학생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마을'의 경우 임팩트 강하고 연기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랴부랴 들어간 만큼 걱정도 많았는데 너무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컸어요."
이열음이 연기한 극중 가영에게는 쉽게 예상하기 힘든, 비극적인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었다. 드라마는 이 출생의 비밀을 '사건'과 연결지으며 분위기를 쫀쫀하게 이어갔다.
"정말 탄탄한 대본이라고 생각된 건, 어떻게 이렇게까지 꼬여있는 걸 차근차근, 전혀 머리 아프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보통 추리극 하면 머리 아프고 찜찜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마을'은 탄탄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즐거웠어요."
도발적인 여고생, 가영은 첫 등장부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초반에는 주로 당돌한 여고생의 이미지로 그려졌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가영의 감정 연결이 혼란스러울 때, 도현경 작가는 이열음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며 감정선에 대한 코칭을 해줬다. '마을'의 키를 쥐고 있던 유일한 현장 스태프인 이용석 감독 역시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극중 가영과 혜진(장희진 분)은 친부가 같은, 비극의 자매다. 그들의 친부인 목재소 사장 남씨는 아치아라 마을의 숨은 인격 살인마이자, 연쇄 성폭행범이었다. 대다수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 이 같은 설정에 이열음도 비껴가지 못했다.
"가영과 혜진샘이 자매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어요. 가영에게 있는 반점도, 질병에 의한 반점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극비였죠. 그게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는걸요."
그랬다. 이열음에게도 '마을'은 시쳇말로 '헐' '대박' '소름' 드라마였다. "저도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보면, 가영이라는 애가 초반에 너무 세게 그려졌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이렇게 챙겨주시는구나 생각했죠. 대본이 늘 예상 밖으로 가서 재미있으면서도 놀라웠어요."
무엇보다 '마을'은 범죄, 특히 성범죄를 극의 주요 소재로 사용,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이 뒤바뀐 씁쓸한 현실을 담대하게 그려냈다. 진실이 드러남에도 가진 자는 여전히 가진 자라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마을 안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인해서 가족의 아픔까지 갔고,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이상해보일 수도 있는데, 여자들이 범인을 알면서도 감추기 위함이 아닌, 가족의 아픔이 있는 성범죄를 감싸기 위한 것이라는 전개를 통해 성범죄가 너무 자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 여자들의 아픔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잘 표현된 것 같아 의미 있다 생각하고요. 가영이를 통해 파브리병에 대한 것도 알리기도 했고요. 성범죄도, 공포 같지만 아픔을 보여줬고. 처음엔 다 무섭기만 하고 이상했는데, 점점 아픔을 드러내준 것 같아서 좋은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그렇게 가영을 보내며 '마을'과 작별을 고한 이열음은 잠시나마 자연인 이열음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배우 윤영주)의 뱃 속 태교담부터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까지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열음은 "올해 작품을 쭉 이어 하느라 학교 생활을 잘 못했고 주위 사람들을 잘 못 챙겼는데, 내년엔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바람도 덧붙였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미숙한 부분이 많겠지만,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게 있고, 성장할테니까요. 지나간 작품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아요."
향후 맡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묻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받는 역할"이라 답한 이열음. 차기작을 통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듯 하다. 내년 TV조선을 통해 방송되는 새 드라마 '오직 하나뿐인 그대' 여주인공으로 발탁됐기 때문. 벌써부터 이열음이 그려나갈 2016년의 '필모'집이 궁금해진다.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