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부양 의무 저버린 자식, 부모 재산 돌려줘라"
입력 2015-12-27 14:39 

A씨는 2003년 12월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부모를 잘 봉양하라는 취지로 서울 종로의 2층짜리 주택을 물려줬다. A씨는 주택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의 임야 3필지와 화장품회사 주식을 증여하고 자신의 앞으로 된 부동산 2건도 아들 회사를 위해 담보로 제공하고, 아들 회사의 채무 변제로 내놨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넘겨 받으며 계약서를 썼다. 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충실히 부양한다. 이를 불이행한 것을 이유로 아버지가 계약 해제 조치를 취하면 아들은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계약이 해제되면 즉시 모든 재산을 되돌려놓는다”는 수증자 부담사항 이행각서를 작성했다.
아들은 그러나 재산을 물려 받은 뒤 돌변했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건물 1, 2층에 살면서 아버지·어머니의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은 물론 식사조차 함께 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엔 어머니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스스로 거동을 못할 형편이었지만 아들 부부는 간병은 커녕 자주 찾아 가지도 않았다. 누나인 A씨 딸이 병수발을 들었다.
A씨는 아들 내외와 따로 살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아들에게 준 부동산의 명의를 다시 아버지 앞으로 돌려놓으라고 했다. 아들은 그런데 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했다. 천년 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해”라며 오히려 아버지에게 막말을 했다. A씨는 결국 딸네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아들을 상대로 계약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니 증여 재산을 원상 복구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부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아들이 맺은 계약을 ‘부담부 증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급심 재판부는 해당 증여계약은 아들이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민법상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며 부담부 증여는 부담 의무가 있는 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계약이 이행돼 있더라도 증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 등기 이전 말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 부부가 노령에 병환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아들은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한 것 외 별다른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아들이 아버지에게 패륜적인 말과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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