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의사대신 로봇이 수술 전권 갖는 시대···중산층 붕괴 전망
입력 2015-12-25 16:19 

페이스북은 지난 2013년 9월 ‘페이스북인공지능연구소(FAIR)를 신설했다. 구글이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인수한 ‘딥마인드처럼 AI 기술 실용화를 연구하는 곳이다. FAIR는 지난 8월 스마트 개인비서 ‘M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선보였다. 메신저 앱을 사용하는 텍스트 기반 서비스다. 식당예약, 선물추천, 휴가지 추천 등과 같은 요청을 로봇과 채팅하듯 하면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조만간 음성으로도 작동되도록 할 예정이다. 음성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애플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테면 비행기 예약을 부탁하면 가장 싼 항공권을 찾아주면서 저렴한 항공권을 이용하기 위해 출발 시간을 조정하겠냐”고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 영국 BBC는 페이스북 M 서비스를 ‘미래의 콜센터라 명명하기도 했다.
애플 시리의 원천 기술 제공업체인 ‘뉘앙스(Nuance)는 보다 본격적으로 스마트 콜센터를 지향한다. 뉘앙스 AI 기반 자동응답 시스템은 주민번호나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대신 사람 음성으로 고객을 인증한다. 뉘앙스는 전문적인 질문도 이해하고, 답도 할 수 있다.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고객 감성까지 분석한다. 고객이 화가 나 있는 지, 만족스러운 지를 파악한다는 얘기다.
이런 능력을 갖춘 스마트 콜센터가 늘어나면 콜센터 직원들 설 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대형 소매금융회사인 ‘캐피털원은 스마트 콜센터를 구축하고 나서 기존 콜센터 한 곳을 폐쇄했다. 그 곳에서는 750명의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휴렛펙커드(HP) 역시 최대 3만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는데, 핵심은 해외 콜센터 및 기타 서비스 센터 자동화였다.
컴퓨터 발달과 AI 등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은 일자리를 늘렸다. 그러나 이제 AI로 들어서는 기업들은 이런 기대를 접게 한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가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AI에 의한 사람 일자리 감소 현상은 어중간한 수준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사무·지식 노동자에게 더욱 도드라지게 발생하고 있다. 아예 육체노동만 필요한 일자리나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한 일자리는 어느 정도 그 수가 유지되고 있다. 영업사원처럼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 필요하거나, 목수처럼 예상치 못한 육체적 움직임이 필요한 저기술 일자리 같은 경우다. 반면 중간 수준 기술·지식이 필요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3년 유럽 경제학자 마튼 구스와 알란 매닝은 이런 현상을 ‘일자리 양극화라고 했다. 이들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 중산층 붕괴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잔혹한 ‘직업 흥망성쇠‘ 현장을 살펴보자.
1979년 미국에서 오퍼레이터나 관리직, 세일즈 같은 중간 기술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2012년 그 비중은 46%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은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각 직업이 로봇 발달 혹은 자동화 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로봇이 대체하기 가장 쉬운 직업 1위로 텔레마케터가 꼽혔다. 음성인식 기능을 가진 AI 로봇이나, 전화 이외 마케팅 수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화물 중개인, 시계 수리공, 보험 손해사정인 등과 같은 직업들이 미래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딥 러닝 등장에 따른 결과다. 딥 러닝은 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기계 학습 기법의 일종이다. 기계 학습은 다변량 통계학, 데이터 마이닝, 패턴 인식 및 고도 분석 기법 등을 통해 패턴을 찾거나 예측하는 현대 과학을 말한다. 딥 러닝은 보통 급속히 향상된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 세상, 고도화된 알고리즘 등 3가지 요인에 의해 실현된다. 컴퓨터가 사람 지시 없이도 특정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래밍에 의해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 속 관심 사항을 찾아낸다던가, 사진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이미지를 통해 학습하는 기술 같은 게 모두 딥러닝이다. 최근 딥 러닝이 각광받는 이유는 실용적 알고리즘들 개발과 소위 빅데이터에 의한 모델 실용성과 효용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고도 알고리즘 개발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보다 유사하게 모방할 수 있게 한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딥러닝이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딥러닝 발달로 소위 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요즘 증권 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 예측을 100% 신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학 분야에서도 IBM 슈퍼컴퓨터 ‘왓슨이 의사의 환자 진료를 돕고 있다. 왓슨의 능력은 점점 전문의에 가까워지고 있다. 왓슨은 지난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백혈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그 정확도가 82.6%였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머신러닝을 통해 백혈병 환자 진료에 관한 지식을 학습해 얻은 결과다.
올해 10월 IBM은 X레이, CT, MRI 스캔 등 300억 개 임상 관련 이미지를 보유한 한 회사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IBM은 이 회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왓슨을 ‘훈련시켜 진단 수준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신체 이미지에서 이상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AI 기술은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됐다. AI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은 빅데이터가 담당하고 있다. 사람 의사 대신 AI가 환자의 종양 제거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로봇에 시술 방법을 지시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함유근 명예기자 / 도움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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