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억만장자들의 기부 트렌드 변화 `사업처럼 분명하고 정확하게`
입력 2015-12-24 16:19 

억만장자들의 기부 방식이 확 바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요즘 억만장자들은 생전에 기부를 완료하고, 기부 수혜대상을 꼭 찝어 구체화하고, 기부금으로 사회적 이슈해결에 나서는 한편 자선재단보다 유한회사 등을 설립해 보다 자유롭게 기부활동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고 23일 전했다.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자신의 전재산 320억 달러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달초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450억달러(52조원)의 사재를 생전에 기부한다고 약속했다. 세계 2위 면세점 사업자 DFS 창업자이자 오너인 척 페리(84)는 지난 84년 자신이 보유한 DFS 지분 전부를 2020년까지 매년 나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요즘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은 기부를 하면서 특정한 수혜대상을 지정한다. 기부가 의미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한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2012년 말라리아 퇴치에 50만달러를 기부했다. 80억달러 재산을 가진 그는 케냐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올들어 범죄 퇴치, 약물오남용, 지구과학연구, 이민문제 4개 분야에만 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냅스터 창업자 션 파커는 6억달러(7000억원) 기부금을 종양면역요법 등 의료연구에 집중시켰다. 페리 창업자는 70억달러(8조원)에 달하는 그의 기부금을 모두 남아프리카 에이즈 퇴치와 아일랜드 치매환자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부자 인생철학과 걸맞는 방향으로 사회변화를 이끌기위해 특정 사회이슈에 기부 자금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이같은 기부때문에 기부자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이베이 사장을 역임했던 제프 스콜은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변화 관련단체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5억3200만달러(6200억원) 중 상당액이 사회적 이슈 해결에 쓰였다. 그가 기부한 돈은 앨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충격을 경고하기위해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 제작비로 쓰이기도 했다.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창업자는 동성애자 인권강화를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기부성 정치자금을 집중시켰다. 폴 싱어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선활동가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기부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자식들이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존 록펠러나 헨리 포드가 사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기부금을 재원으로 공익사업을 한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재단 대신 민간기업을 설립, 기부를 실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유한회사 설립을 통해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도 지난 2003년 자선재단이 아닌 유한회사를 만들어 자신의 재산을 기부했다. 유한회사는 자선재단과 달리 증여세를 내야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자선재단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투자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고 이 이익금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한회사를 선호하는 기부자들이 많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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