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詩,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다
입력 2015-12-23 16:01 
정일의 ‘사월의 노래’ 54x45oil on canvas 2015 (2)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 ‘국화 옆에서 첫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애송시가 화폭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광대 미술학장을 역임한 이중희는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반추상의 꽃잎을 반복적으로 화폭에 그려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한 편의 시와 한 편의 그림이 짝을 이루는 이색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서림에서 열린다. 1987년부터 해마다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고 있으니 올해로 꼬박 29회를 맞았다. 시인이기도 한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미당 서정주와 청록파 박목월(1915~1978) 시인의 작품을 소재로 화가 10명이 작품 20여점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금동원 노태웅 윤시영 윤장열 이명숙 이중희 전준엽 정일 황은화 황주리. 시화전은 갤러리서림 개관전부터 죽 이어져 온 화랑의 간판 전시다. 시인들이 창조한 이미지를 화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과 감성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언어의 세계와 시각예술의 차이와 공통점을 비교해보는 맛도 쏠쏠하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하는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는 도시남녀의 일상을 스냅사진처럼 그리는 황주리 손끝에서 완성됐다. 황주리는 첫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미당의 ‘편지도 노란 해바라기 꽃잎에 형상화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 노태웅은 ‘가을 어스름을 통해 아늑한 시골의 정취를, 윤시영은 눈 속에 떨어져 있는 붉은 홍시를 통해 박목월의 ‘눈이 온 아침의 설렘을 그렸다. 동서양 퓨전 산수화를 그리는 전준엽은 미당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역발상 구도와 블루톤의 색감으로 표현했다. 김성옥 대표는 예전에는 문인, 화가, 연극인, 음악인 등 많은 예술가가 다른 문화 분야와 교류하고 작품에 발전을 도모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면서 그동안 29회 전시를 통해 502편의 시를 112명의 화가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내년 달력으로도 배포된다. 전시는 28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02)515-3377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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