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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황정민 “산 정상에서 느꼈을 외로움, 내 모습 같았다”
입력 2015-12-21 17:30  | 수정 2015-12-22 17:5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황정민(45)은 티켓파워를 넘어 ‘진정성으로 통하는 배우다. 그의 연기엔 정직함과 띠뜻함이 녹아있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야하는 소박한 일깨움을 준다.
17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 역시 이런 황정민의 매력이 펄떡이는 영화다. 실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가슴 뭉클하게 연기했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스타워즈도 ‘히말라야의 진정성을 넘어서진 못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20일(현지시간) ‘히말라야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누르고 흥행 1위를 기록했다”고 주시했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 묻힌 단원을 구하기 위한 휴먼 원정대의 과정을 그렸다. 언뜻 산악영화 같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만년설로 뒤덮인 거대한 히말라야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동료애가 더 크게 다가온다. 큰 짐을 매고 4500m 산을 올랐던 배우들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의 왜소함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황정민은 고산병을 달고살며 그 어떤 작품보다 생고생이었지만 모든 게 끝난 순간 홀로 와르르 쏟아지듯 울었다”고 돌아봤다.
--고생이 스크린 밖에까지 전해지더라.
고생 안하는 작품은 없겠지만 이건 특수한 상황이라 많이 했다. 배우, 스태프 그런 게 없다. 다 같이 으쌰으쌰 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하니까. 배우들 일부는 고산증세에 시달려 고생했다. 촬영을 해야하니 내려갈 수는 없고. 애틋한 감정을 나누며 똘똘 뭉치다보니 실제 원정대처럼 에너지가 생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생스러웠던 장면은.
몽블랑에서 크레바스 신(빙하나 눈 골짜기에 형성된 좁고 깊은 틈) 찍을 때가 제일 위험했다. 물론 안전장치를 했지만 진짜로 엄청나게 낭떠러지니까 자칫 실수하면… 대단히 춥고 힘들고 날이 서 있는 데다 사고라도 날까봐 가슴 조렸다. 또, 거기가 밥차가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다.(웃음) 먹을 곳이 없다. 밥을 어떻게 먹었냐면 전투식량처럼 하나씩 들고 배급받아 1시간 30분동안 눈길 걸으며 내려왔다 눈밭에서 그걸 먹고 2시간 30분 넘게 오르막길 걷고 그랬다. 그러니까 북한산을 매일 왔다갔다 했다 생각하면 된다. 스키부츠 신고.”
--각서까지 쓰면서 위험천만한 촬영을 강행했다.
몽블랑에선 날씨가 정말 좋지 않았다. 눈보라가 몰아쳤다. 안전요원들이 다 도망갈 정도였다.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더라. 프로듀서가 사고나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각서까지 쓰고 촬영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60명이서 3미터 간격으로 허리에 줄을 묶어 올라갔다. 촬영 마치고 ‘와, 살았다고 소리쳤다.”
--촬영장에서도 리더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엄홍길이란 역을 맡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내가 선배고 형이다 보니까. 어쨌든 제일 선두에서 움직여줘야 그 친구들이 잘 따라온다.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비슷하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놓여있는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자연 앞에서의 외로움도 존재한다. ‘리더란 게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거구나 느끼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더 독하게 마음먹고 남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일찍 일어나 늘 대장으로 솔선수범 하지 않았나 싶다. 엄 대장님과 함께 산을 타던 산악인 분들이 촬영장에 와보시곤 ‘와, 홍길이 형하고 소리 지르는 거 똑같네 하시더라.”
--대장 엄홍길이 겪었을 외로움을 스스로도 느낀다고 고백했는데.
어느덧 선배가 되고, 형이 되고, 나이가 가장 많은 주인공이 되다보니 어느 순간, 굉장히,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동작업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눈치를 보더라. 엄홍길이라는 역할 때문이 아니라 ‘황정민의 지금 위치 때문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다.”
--실화에 실존인물이다. 진정성이란 힘도 있지만,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다.
고민스런 부분이 당연히 있다. 시작은 남의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관객들은 돈을 내고 온다. 그러면 다른 뭔가를 줘야하는 게 분명 있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 ‘해답이 뭘까 고민했다. 실화보다 더 뛰어난 뭔가가 될 순 없다. 그렇다면 실화보다 틀린 뭔가 있어야 한다. 결국엔 사람 이야기인 거다. 우리는 산의 정상만 보던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고 등산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감독님과 술을 엄청나게 먹으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부터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답답했던 고민들이 풀리면서 이런 저런 신들을 보강하고 대사도 보강했다. 그 뒤로는 한결 마음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산약 관련 책을 읽기도 했다고?
강원도 영월에서 5일간 날씨가 풀려 촬영을 할 수 없었을 때 읽었다. ‘마운틴 오디세이를 먼저 읽고 ‘엄홍길의 약속이란 책은 일부러 안 보다가 결국 읽었다. 작가가 글을 참 잘 쓰는구나 싶기도 했지만,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답답했던 게 빵 뚫린 듯한 느낌. 결국 사람이더라.”
--영화가 황정민의 내레이션으로 막이 오른다. 다큐멘터리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도입부다.
후시 녹음할 때 버전을 여러가지로 녹음했다. 슬픈 버전, 담담한 거, 덜 담담한 거. 머리 아프니까 ‘알아서 골라 써 했다. 영화엔 담담한 걸로 나왔더라.(웃음)”
--이석훈 감독과 제회라 더 반가웠겠다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다. ‘댄싱퀸 팀들과 다시 한 번 뭉쳐서 재밌게 한 번 놀아봐야지 했다가 큰 코 다친 거다.(웃음) 아무튼 그게 제일 컸다. 친한 사람들이니까 쿵짝은 잘 맞았다.”
--정우 역시 오랜 두 번째 아닌가.
‘사생결단 때 한 번 했다. 원래 진짜 잘하는 친구인데 잘됐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응사 때 잘돼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내 역의 유선씨 캐스팅은 직접 했다고.
내가 부탁했다. ‘유선아, 진짜 조금 나오는데 해줄 수 있어? 했더니 두말 않고 해줬다. 연기 잘하는 사람이 해야 몇 신 안 나오지만 힘이 실린다.”
--황정민 하면 진정성으로 통한다. 그 진정성의 근원은 어디일까.
하하. 그런 거 전혀 없다. 매 작품마다 산 넘어 산이다.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 잘 만들어도 될까말까인데 얼마나 고민이 많겠는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엄홍길이 되는 게 아니다. 모자를 썼다고 해서 엄홍길이 되는 게 아니잖나. ‘베테랑 땐 의상 피팅할 때부터 느낌이 딱 왔는데, 이번엔 진짜 내 옷 같지도 않고… 그러면 사람 미치고 환장하는 거다. 그 해답을 찾으려고 계속 계속 하다보니 어느 순간 ‘아, 이거구나 느껴지는 게 있더라. 작품마다 죽을 것 같다. 기사 한 번 쓸 때마다 힘들지 않는가. 하하”
--2015년은 황정민의 해다. 뭘 해도 되는 한 해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해다. 훗날에도 2015년 얘길 할 것 같다. 진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소처럼 일한다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소보다 더 일하는 것 같다.”
--내년은?
뮤지컬(오케피)이 잘 됐음 좋겠고, ‘히말라야도 잘 되기를 바란다. 지금 김성수 감독과 ‘아수라를 찍고 있다. 그런 다음 류승환 감독의 ‘군함도 준비도 열심히 해야 한다. ‘군함도는 오래 전부터 준비를 했던 작품이다. ‘베테랑 전부터 같이 얘기하다 ‘이건 우리가 꼭 해야 해 했다. 내년엔 연극 한 편 더 하려고 한다.”
--‘베테랑2 준비는.
없다. 말 뿐이다. 내가 봤을 때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신세계 속편은?
‘신세계는 아예 못할 것 같다. 내가 8년 전 30대 초반을 어떻게 하는가.”
--개봉 첫주말 150만명을 넘겼다. 이번에도 천만을 간다면?
뭘 어떻게 하는가. ‘그냥 가는가 보다 하는 거다.(웃음)”
--최민식 주연의 ‘대호와 맞붙는다. 대결구도 얘기가 많다. 좀 어려운 질문인가.
아니, 답 잘할 수 있다.(웃음) 진짜 같이 잘돼야 한다. 거기도 제 식구들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 ‘신세계 ‘부당거래… 거의 죽고 못 사는 사람들이다. ‘암살이랑 ‘베테랑처럼 같이 잘 될 수 있다.”
--주제도 비슷하다. 인간과 자연.
시나리오를 읽었다. 되게 재밌게 봤다. 시사회에 오라고 했는데 총 연습이 있어 못 갔다. 개봉하면 볼 것이다.”
--‘히말라야는 어떤 영화인가.
일단, 재미있게 봐주면 좋겠고. 끝나고 나서 옆 사람 얼굴이라도 한 번 더 쳐다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다 네팔에서 무슨 상이라도 주는 것 아닌가.
아니~ 됐다 상은. 됐~다.(웃음)”
매 작품이 산너머 산”이라는 황정민의 올 겨울도 분주하다. 뮤지컬 ‘오케피 주연 및 연출을 맡았고, 내년 1월부터는 영화 ‘아수라 촬영에 들어간다.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검사외전은 2월 4일 개봉이다. 2015년 가장 뜨거운 배우가 아닐 수 없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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