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강남·서초 분양권시장 찬바람
입력 2015-12-20 17:07  | 수정 2015-12-20 19:44
서울 서초 반포 분양권 웃돈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포 아파트촌 전경. [매경DB]
이른바 '완판'에 억대의 프리미엄(웃돈)이 오가던 서울 강남·서초 일대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돌고 있다. 웃돈을 2억~3억원씩 부르는 곳도 있지만 연말 들어서는 정작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20일을 기준으로 호가가 분양 당시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지거나 이른바 '무피(웃돈이 안 붙은 것)'와 다를 바 없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재건축 열기가 뜨거웠던 서초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시세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분양권 가격이 더 낮은 아파트도 출현했다.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서초삼호 1차 재건축)'은 현재 분양권이 애초 분양가보다 4000만원까지 낮게 시장에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이 단지의 전용 97㎡형(5층 이상 기준) 분양가는 12억3000만~12억9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 분양권 가격은 11억9000만~12억9500만원 선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중개 비용과 각종 세금을 고려하면 웃돈 500만원은 사실 오히려 손해인 셈"이라며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서 분양권이 한꺼번에 풀린 탓도 있지만 올 들어 인근 다른 재건축 분양이 이어진 데다 전통적 비수기인 연말로 접어들면서 거래가 더 시들하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나온 '래미안서초에스티지(서초우성3차 재건축)' 분양권도 한풀 꺾였다. 전용 83㎡형(분양가 10억6700만~10억8800만원)의 웃돈이 올 상반기 1억~1억4000만원 선이던 것이 연말 들어 5000만~1억1300만원 선으로 내려왔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신반포1차 재건축)' 전용 84㎡형의 경우 최고 호가는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시세 범위는 좁혀졌다. 상반기 웃돈이 1억5000만~2억5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1억~2억5000만원이다.
2016년 KTX 수서역 개통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강남 수서동 일대는 7월 이후 세곡2지구 '강남더샵포레스트' 등의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강남 분양권 거래량(137건)의 88%를 차지했던 곳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곳은 이달 들어 거래 건수가 7건으로 줄어 11월(27건)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실거래 후 신고하기까지 기간이 최장 60일이지만 요즘은 한 달 내에 하는 추세"라며 "8~11월 최소 30건 이상씩 거래됐지만 이달엔 20건만 넘어도 선방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서초·강남에서 분양권 거래가 움츠러든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관망세로 돌아선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가오는 대출금리 인상 압력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이 맞물릴 게 확실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분양한 재건축 단지들이 계약률을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10일 정당 계약기간이 종료된 '반포래미안아이파크(서초한양 재건축)'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계약률이 73%이지만 현장에서는 30~40% 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앞서 10월에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삼호가든4차)' 역시 조합과 시공사(대우건설)에 따르면 11월 초 계약률이 90%였지만 이달에도 큰 변화가 없다.
반포동 S공인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간혹 투자 문의를 해오지만 실제로 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도 발길이 뜸하다"며 "조합과 건설사들이 3.3㎡당 4000만원 이상으로 분양가를 매기는 것이 대세가 된 마당에 분양권을 되팔아 5000만원 이상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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