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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기겠지” 이상민의 ‘그날이 오늘’
입력 2015-12-17 21:09  | 수정 2015-12-17 21:12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 경기에서 삼성 이상민 감독이 전광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서민교 기자] 언젠가는 이기겠지.”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은 이제 마음까지 비웠다.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23연패를 당한 치욕의 기억들 때문이다. 이 감독은 올해가 아니면 내년, 내년도 안 되면 3년, 4년 뒤에라도 이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삼성은 모비스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지는 존재였다. 삼성은 지난 2012년 1월14일부터 올해 11월26일까지 모비스를 상대로 치른 23경기를 모두 졌다. 프로농구 역대 한 팀이 특정 팀을 상대로 최다 연패를 당한 굴욕적인 기록이었다.
이 감독은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보다는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을 택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도 트라우마가 생겼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다 알고 있다. 부담을 갖지 말고 차라리 즐기면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감독은 23연패를 당하는 동안 삼성에 있었던 선수는 이시준 한 명뿐이었다. 지금 있는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모비스는 1위 팀 아닌가”라며 어깨를 짓누르는 모비스의 무게를 덜어냈다.
마음은 비웠지만, 전략은 단단히 세웠다. 공격에서는 3점슛을 자신 있게 쏘도록 주문했다. 모비스전에서 시도 자체가 적었기 때문. 모비스가 올 시즌 삼성전 3경기서 3점슛 55개(23개 성공)를 시도한 반면, 삼성은 28개(7개 성공)에 그쳤다.
또 모비스의 핵인 양동근을 집중 마크하기 위해 가드진을 총동원했다. 이 감독은 우린 가드가 많다. 양동근을 막는데 40분을 다 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쉬운 득점을 주지 말고 파울이라도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경기 초반부터 모비스의 외곽을 철저히 봉쇄했다. 문태영이 친정 팀을 상대로 첫 원정에 나서 1쿼터에만 11점을 집중시키며 19-14 리드를 이끌었다. 삼성은 3쿼터까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60-48로 앞섰다.

3쿼터 막판 심판의 테크니컬 파울에 불만을 품은 모비스의 한 남성 관중이 우유팩을 코트로 투척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며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4쿼터 들어 삼성은 모비스의 거센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은 경기 종료 3분17초를 남기고 함지훈에게 골밑슛을 내줘 66-64, 2점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삼성의 집중력이 강했다.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골밑 득점에 이어 임동섭의 3점슛이 림에 빨려들어가며 71-64로 달아났다.
삼성의 연패 탈출은 쉽지 않았다. 경기 종료 39.7초 전 커스버트 빅터에게 골밑 득점을 허용한 뒤 추가 자유투까지 내줘 71-70, 1점차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삼성은 종료 21.8초를 남기고 김준일이 치명적인 트래블링 실책까지 저질렀다.
공격권은 다시 모비스. 모비스에는 양동근이 있었다. 종료 12초를 남기고 양동근이 과감한 돌파로 레이업을 성공시켜 72-71로 역전에 성공했다.
절망적인 순간. 삼성이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장민국이 종료 2.9초를 남기고 돌파를 시도해 전준범의 파울을 유도했다. 장민국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모두 성공시켜 재역전에 성공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삼성은 막판 치열한 접전 끝에 모비스를 73-72로 누르고 23연패 악몽에서 탈출했다. 문태영이 22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라틀리프도 15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로 극적인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언젠가는 이기겠다고 마음을 비웠던 이상민 감독이 드디어 모비스전 악몽에서 벗어난 날이었다.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 경기에서 삼성이 73-72의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 삼성은 모비스전 23연패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시즌 첫 4연승을 거뒀다. 종료직전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켜 한 점차 승리를 이끈 서울 삼성 장민국이 두팔 벌려 환호하고 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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