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도 놀란 금감원 혁신 "군기잡기식 검사는 옛말"
입력 2015-12-17 17:18  | 수정 2015-12-17 19:38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받았던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일명 '빼빼로 데이'로 불리던 이날 KB국민은행 직원들은 금감원 검사역들로부터 빼빼로 과자를 선물로 받았다. 검사에 잘 협조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의 표시였다. 한 국민은행 직원은 "과거 검사역들의 딱딱한 모습, 무거운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달랐다"며 "일방적인 지적이 줄어들었고 업무 관행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도 나눴다"고 회고했다.
최근 진행한 검사 마무리 강평 때는 금감원 담당 임원이 이례적으로 은행을 직접 방문해 임직원과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금감원은 "적발·제재 위주 검사에서 벗어나고 금융회사가 경영상 취약점을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컨설팅 방식으로 검사 관행을 바꾸겠다"며 지난 4월 검사·제재 개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적발·제재 위주의 오랜 검사 관행이 제대로 바뀌겠느냐며 의구심을 품은 금융회사가 아직 많은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잦은 호출로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실시된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검사 담당 직원들의 개혁 의지가 조금씩 느껴진다는 현장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종합검사를 받은 신한은행도 일방적인 검사에서 벗어나 금융회사와 양방향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검사 기간 중 곳곳에서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임 1년째를 맞은 진웅섭 금감원장은 최근 KB국민은행을 깜짝 방문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검사 관행을 개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검사를 받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담당 직원들은 "감독당국 검사 방식이 깐깐한 시어머니에서 딸을 걱정하는 친정어머니로 바뀌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양방향 소통을 통한 금융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컨설팅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금감원의 검사 기능이 자칫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금융회사는 위법사항을 감추려 하고 금감원은 이를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수사와 비슷하다"며 "컨설팅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검사 강도나 기능이 약해질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입 등 과거 관행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17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한 금융규제 개선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정책금융상품 출시에 관행적으로 개입하면서 민간 회사의 자율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출시된 29개 정책금융상품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개 상품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금융위는 2013년 5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에 채무조정 적격대출 상품 출시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16개 은행이 이 상품을 출시했지만 실제 취급 실적은 지난 2년간 총 37억원에 그쳤던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훈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