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선 선불충전 서비스업체들이 자산운용업까지
입력 2015-12-15 16:54 

해외에서는 이미 선불충전 서비스사들이 머니마켓펀드(MMF·Money Market Fund)의 형식으로 자산운용업을 하면서 은행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위어바오(餘額寶)가 대표적인 사례다.
위어바오는 알리바바가 2013년 6월 12일 출시한 투자 상품의 일종이다. ‘남은 돈 주머니라는 문자 뜻 그대로 충전하고 남은 돈을 활용하도록 했다.
알리바바는 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나 T몰 등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알리페이의 고객 거래계정에 남아 있는 여유자금을 투자하도록 했다. 고객의 여유자금을 톈홍(天弘)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통화펀드에 위탁·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선불충전식 카드를 활용한 펀드는 시장을 뒤흔들어놨다. 위어바오는 출시 1년 만에 세계 4위 MMF로 성장했다. 미국의 페이팔이 1999년 개발한 온라인 MMF를 알리바바가 성공시킨 것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페이팔보다 5년 늦은 2004년 시작한 전자결제대행 서비스이지만 2013년에 이미 모바일 결제 규모가 9000억위안을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결국 알리바바는 위어바오를 만든지 3년도 되지 않아 160억 달러(17조원) 규모의 대출기관이 됐다.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중국 보통예금은 2784억위안(50조3300억원) 감소하며 5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톈홍펀드가 운영하는 위어바오는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5741억6000만위안(103조8080억원)을 돌파했다. 이 때 이용자수는 1억명, 알리페이 이용자 수는 3억명을 돌파했다.
현지 은행들은 즉각 위협을 느꼈다. 위어바오는 은행 온라인 결제 업무를 위축시켰다. 위어바오는 제3자 결제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예치 금액을 인터넷 쇼핑 등의 온라인 결제에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온라인뱅킹 결제보다 훨씬 편리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위어바오 모델은 상업은행에 의존해 판매해오던 기존의 펀드 판로를 온라인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상업은행들이 독점해왔던 펀드 대행서비스를 세분화시켰고, 이는 은행들에게 큰 타격을 가져왔다.
결국 위어바오의 금리는 13~14%가 치솟으며 1년 만에 100조원까지 설정액이 늘어났다. 위어바오는 시장 금리가 13~14% 올라가 있는데도 3~4% 금리에 머물고 있는 은행상품 시장을 파고 들었다. 형편없는 금리에 불만을 갖고 있는 중국 전역의 소비자들이 앞다퉈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결국 은행들도 떠밀려 상품 개발 경쟁에 나섰다.
[조성호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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