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르헨티나의 마크노믹스 ‘포퓰리즘 박멸’ 기치 올렸다
입력 2015-12-15 16:39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반(反)포퓰리즘 정책 꾸러미를 풀고 있다. 친시장 정책 패키지로 재정적자 축소, 외환보유고 확대, 대외신인도 제고라는 3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겠다는게 마크리 대통령의 생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크리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품목에 따라 15%~35%에 달했던 농·축산품 수출 관세를 축소·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두에 부과되던 수출 관세율 35%를 매해 5%씩 낮추고 다른 주요 농축산품에 붙던 관세는 없애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농축산업계는 대두 35%를 비롯해 밀(23%), 옥수수(20%), 쇠고기(15%) 등에 붙는 고율의 수출관세에 짓눌려 왔다. 지난 12년간 아르헨티나를 통치했던 좌파 키르치네르 정권이 남긴 유산이다. 좌파 정부는 이렇게 농축산업을 쥐어짜 얻은 세금으로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 포퓰리즘 정책 재원으로 투입했다. 농사로 번 돈을 뭉텅이째 국가에 뺏기게 되자,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유인이 사라졌다. 세율이 높은 대두를 필두로 모든 작물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179억달러어치의 곡물을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밀 생산량도 작년 대비 16% 줄어든 800만t 수준으로 3년래 최저치를 찍었다. 농·축산품 관세 폐지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수출이 증가, 외환보유고 부족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르헨티나 외환보유고는 250억달러로 지난 2011년 52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달러 부족 탓에 아르헨티나는 수입 대금조차 제때 지불하지 못해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좌파 정권이 실행하던 외환 통제도 없애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따로 움직이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달러당 9.77페소인 공식 환율이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14.86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을 시장에 맡겨 이같은‘이중 환율을 없애고, 대외신인도 제고를 동시에 노린다는 계산이다.
경제 통계 왜곡도 바로잡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5일 공개 예정이었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연기했다. 기존 좌파 정권이 발표하던 거시지표가 왜곡돼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아르헨티나는 부정확한 통계수치를 보고했다는 IMF 지적을 받고 뒤늦게 GDP 수치를 수정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동결 상태였던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도 추진한다. 공공 서비스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게 시장경제라는 소신때문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주 중산층이 매달 지불하는 평균 전기요금은 20페소( 2400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과도하게 싼 요금 탓에 공기업들은 눈덩이처럼 쌓인 적자에 허덕이는 ‘좀비기업 신세로 전락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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