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영화는 원전(原典)을 궁금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영상과 서사가 아련하게 가슴을 적실때면, 이 작품을 탄생시킨 본류를 찾아보게 한다. 내년 초 국내에서는 팬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은 두 영화를 무대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날 보러와요와 ‘렛미인의 연극 버전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내년 1월 21일부터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렛미인이 한국 초연된다. 2008년 겨울 한국에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얻었던 동명 영화의 이야기를 색다른 각색으로 만날 수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외톨이 소년 오스카는 수백년을 산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의 이야기. 둘은 우연히 만나 풋풋한 감정을 나누게 되지만, 시간이 멈추어버린 소녀가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을 구하려 나서면서 동화같던 이야기는 잔혹한 복수극으로 뻗어나간다.
‘원스를 빚어낸 명장 존 티파니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이 연극은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제작해 초연됐다.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공연을 거치며 찬사를 받았고, 비영어권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한다. 원작의 무대와 소품을 그대로 공수해 재현하는 레플리카 공연으로 존 티파니를 비롯해 해외 스태프들이 직접 본 공연을 진두지휘 한다. 600대 1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뽑힌 충무로 괴물 신인 박소담의 출연도 화제다. 뱀파이어 일라이 역에는 ‘검은 사제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박소담이 캐스팅됐고, 이은지 오승훈 안승균 등 신인배우와 연극과 영화를 넘나드는 중견배우 주진모 등 11명이 출연한다. 북구의 설원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영상미를 뽑낸 영화와 달리 무대에서는 뮤지컬 같은 안무와 피가 낭자한 무대효과를 연출한다. 존 티파니는 사무엘 베케트가 뱀파이어 이야기를 썼다면 이렇지 않았을까”라고 이 작품에 매혹된 이유를 설명했다. (02)577-1987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날보러와요도 20주년 기념공연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린다. 1996년 2월 극단 연우무대가 초연한 ‘날보러와요는 초연부터 약 10년 간 작가 김광림이 연출을 맡았고, 고(故) 박광정의 연출로 두 차례 무대에 올려졌다. 초연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송새벽, 진경, 최재웅, 최정우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명작이기도 하다.
소재의 잔혹성과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과정에서의 미스터리한 구성과 극 전체를 휘감는 풍자적이고 상황전개와 배우들의 위트있는 연기가 어우러져 초연부터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20주년 공연답게 출연진과 창작진이 화려하다. 김광림이 10년만에 다시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권해효(김형사), 김뢰하(조형사), 유연수(박형사), 류태호(용의자), 황석정(남씨부인), 이항나(박기자), 공상아(미스김)이 한 팀을 이루어 연기를 펼친다. 모두 스크린과 TV를 주릅잡는 스타들이다. 사내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던 배우 이대연은 수사팀을 책임지는 김반장으로 합류한다. 1월 22일부터 2월 21일까지. (02)391-8223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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