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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올림픽` 세계건축대회 차질 우려
입력 2015-12-11 15:52  | 수정 2015-12-11 23:39
'건축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건축대회가 서울시의 사단법인 승인 지연으로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별도로 '제1회 서울도시건축국제비엔날레'를 준비하며 전임 시장 때 유치한 국제 행사를 견제한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11일 건축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회에 대한 사단법인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조직위 측은 서울시와 3개월간 조율하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아 공식 후원금 모집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 세계 건축가 3만여명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인 세계건축대회가 파행 운영될지 모른다는 염려까지 고개를 들었다.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은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주도로 서울시와 공동으로 세계건축대회를 유치했다. FIKA는 대한건축사협회·한국건축가협회·대한건축학회 연합 조직으로 국제 대회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지난 8월 조직위원회 창립총회를 열고 사단법인을 추진했다. 법인 설립금을 마련하고 후원금으로 보강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돌연 사단법인 승인을 안하면서 대회 조직위 측이 발칵 뒤집혔다. 서울시는 표면적으론 대회 조직위의 법인 설립금이 부족하다는 걸 이유로 달았다.
박순규 서울시 건축정책팀장은 "법인설립금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위가 법인 승인을 자진 철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회 조직위 한 관계자는 "기존과 달리 설립금 기준을 2억원 이상 요구해 당혹스럽다"며 "연말을 맞아 공식 후원금 모금이 활발할 시기에 법인 승인이 나지 않아 기금 모금이 지연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건축대회는 국제건축사연맹(UIA) 총회로 건축계 '올림픽'으로 통한다. 2011년 도쿄 대회 때 싱가포르·멕시코시티와 경합한 끝에 서울시가 처음 유치했다. 국내 건축계는 이를 계기로 국내외 건축계 교류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국내 건축계의 해외 진출 등을 꾀할 방침이지만 대회 준비가 차질을 빚으면서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신세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박원순 시장 지시로 기존 건축문화축제를 확대해 2017년 '제1회 서울도시건축국제비엔날레'를 열기로 했다. 올해 10월에는 사전 행사로 국제심포지엄도 열었다. 건축업계는 서울시 움직임이 세계건축대회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차다. 그러던 게 조직위 설립이 지연되자 서울시가 국제 행사보다 박 시장이 주도하는 비엔날레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건축계 일각에선 박 시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비엔날레를 준비 중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
서울시에선 건축기획과가 세계건축대회를, 새로 만들어진 건축비엔날레팀이 건축비엔날레에 관여하고 있다. 세계건축대회는 오는 2017년 9월 개최가 정해진 상태지만 건축비엔날레는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진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건축비엔날레 총감독과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두 행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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