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태평로-강남역 시대 거쳐 수원시대 열린다
입력 2015-12-11 15:10 

지난주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마치고 이번주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마무리 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번에는 대규모 사옥 이전에 나선다. 인적 조직개편을 끝내고 이제는 공간적 조직개편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서초동으로 이사했던 삼성전자는 이번에 일부 조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이 수원으로 이동한다. 반면 창립 이후 서울의 중심인 태평로 인근을 굳건히 지켜왔던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은 새롭게 강남시대를 열게 됐다. 이전작업은 순차적으로 진행돼 내년 상반기께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입주해있는 삼성전자 지원조직이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본사가 있는 경기도 수원의 삼성디지털시티로 이전한다.
현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는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CFO)이 이끄는 기획팀과 재경팀 지원팀 인사팀 등의 조직과 이인용 사장이 지휘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계열사 지원조직 일부가 입주해있다. 또 삼성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 조직도 같은 건물에 있다.

지난달까지 서초사옥에 입주해있던 디자인센터 인력 2500여명은 최근 우면동에 새로 생긴 삼성전자 R&D 센터로 이동했다. 지난달 입주를 마친 서울 R&D센터에는 수원에 있는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이동한 소프트웨어센터 인력과 디자인센터 인력 등을 포함해 5000여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서초사옥에 있는 삼성전자 지원조직은 소프트웨어센터 인력이 빠져나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공간 등을 메우게 된다. 현재 수원의 삼성디지털시티는 새식구를 맞기 위한 공간 재배치 작업이 한창 진행중에 있다. 미래전략실의 경우 이번 이동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지원조직의 수원이동은 효율성을 중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본사가 수원이고 사업부서가 모두 여기에 있는데 지원조직이 별도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냐는 시각이다. 특히 IT의 발달로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상황도 수원 이전의 당위성에 한 몫 하고 있다.
2008년 10월 중구 태평로에 있던 삼성본관 건물을 떠나 서초사옥으로 이전했던 삼성전자는 7년 만에 다시 수원으로 이동하면서 강남시대를 끝내게 됐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에 따른 팀 배치 문제가 있어 이전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떠나는 빈 공간에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차례로 메우게 된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3개 계열사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 3개 금융계열사의 직원은 총 3000여명에 이르러 대규모 이사가 될 전망이다.
삼성화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본사는 매각 대신 임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본사는 지하6층 지상 21층 규모로 준공된 지 30여년이 됐지만 그동안 리모델링을 꾸준히 진행해 내부 상태는 나쁘지 않다.
특히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지하로 연결되어 있고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 서울 중심부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임대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도 삼성 서초사옥보다 더 비싼 것으로 조사돼 삼성화재로서는 임대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떠난 삼성본관에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이전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물산 서초사옥 외에도 인근 건물 여러 곳을 임대해 쓰고 있다. 패션부문의 경우 아예 별도로 도곡동의 군인공제회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초사옥을 떠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R&D센터로 이전하게 됐다. 건설부문은 한때 삼성엔지니어링 소유의 상일동 사옥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엔지니어링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옥 매각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판교로 행선지를 돌렸다.
금융계열사 가운데 맏형인 삼성생명은 사옥 매각 상황을 지켜본 뒤에 이전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몇 곳의 금융지주회사들과 매각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문제 때문에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생명은 당초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할 경우 현재 본사 사옥을 처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건물 임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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