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시 시동건 서부이촌동 재건축
입력 2015-12-10 17:18 
서부 이촌동 전경. [매경DB]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던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장기간 멈춰 섰던 서부이촌동 개발 시계가 다시 움직일 태세다.
서울시는 10일 서부이촌동 재건축 대상 지역을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전날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용산국제업무지구로 함께 묶여 있던 서부이촌동 아파트 지역이 개발사업 좌초로 개발지구에서 해제된 지 7년여 만에 단독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법정 계획이 확정된 것이다.
서부이촌동은 중산시범아파트(228가구)와 이촌시범아파트·미도연립(217가구), 남측 이촌1구역 단독주택(559가구) 등 세 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시는 현재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까지 상향 조정해주고 소형 임대주택을 짓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면 용적률을 법정 상한인 5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번에 서부 이촌동 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한번에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물 높이는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에 인접한 중산시범은 원칙적으로 30층 이하, 남산 7부 능선 이상 조망 구간은 13층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구역은 35층 이하가 적용된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 가운데 남측 단독주택지만 추진위원회가 있으며, 그외에는 주민협의체가 있다.
중산시범아파트 주민협의체 관계자는 "준주거지역 종상향 등 주민들이 서울시에 요구한 부분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되면서 서부이촌동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생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가로막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업성 확보다.
중산시범과 이촌시범아파트는 '시범'이란 단어가 붙은 것처럼 땅이 시유지다. 건물만 주민 소유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을 하려면 주민들이 서울시에서 토지를 사들여야 한다. 주민들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시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가 모두 패소한 바 있다.
서울시는 준주거지역까지 용도를 상향하는 길을 터줬지만 주민들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준주거지역으로 토지 용도가 확정되면 그만큼 땅값이 오를 수 있고 이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
용적률을 높이더라도 증가된 가구 수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 최고 층수는 30~35층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막상 수익성을 따져보면 실제로는 주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용적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한강 접근성과 관광자원화 등을 감안하면 서부이촌동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는 기존 통합개발이 이상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변 프리미엄이 있지만 재건축 가능한 땅이 작은 데다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등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 추진 동력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서부이촌동은 아직까지 무덤덤하다. 그동안 풍파를 겪으며 개발 열풍이 불던 2008년에 비해 집값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여서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산을 둘러싼 소송이 적지 않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재건축 분담금 때문에 주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