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증시에 뚜렷한 상승 동력이 보이지 않는 요즘 안정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배당주는 여전히 ‘핫한 아이템이다. 통상 배당주 투자는 10~11월을 적기라고 한다. 그때쯤 투자를 시작해 연말 배당락이 오기전 차익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올해 10월에 비해 코스피 우량종목이 오히려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특히 전통적인 고배당주인 통신주, 은행주들 중에서는 10월에 비해 가격이 10% 이상 빠진 종목들이 많다. 오히려 지금 배당주 투자에 뛰어드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지금 투자에 나서서 연말 결산일 전 주주명부에 오르면 내년 초 배당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매일경제는 연말 배당주 투자를 두고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지난 7일 정종혁 NH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김영일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전문위원,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수석전문위원 등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배당주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4명의 고수를 만났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배당주 투자는 단순히 배당수익률만 봐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소득증대세제와 주주친화정책으로 배당주 투자의 호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배당 하나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저금리 시기엔 배당의 매력이 더욱 증가한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최근 정기예금 금리는 2%대도 찾기 힘들지만 배당수익률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자를 제1금융권에서는 비교적 많이 준다고 알려져있는 기업은행의 최근 예금금리는 2.2%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약 3%로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KB국민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는 1% 중반대지만 KB금융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2.27%였다. 정부의 친배당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곳간을 열고 있고 지금 주가가 많이 빠져있는 상태란 점을 감안하면 단시간에 3%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종목들이 많다.
물론 안정적으로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예금과는 달리 주식은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을 잃는다. 전통적인 고배당주라고 알려진 SK텔레콤의 경우 10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에 대한 풍문이 돌면서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다. 배당만 보고 리스크에 눈감은 투자자라면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당수익률 1%포인트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전문위원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총수익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이익과 배당이 함께 꾸준히 증가하는 ‘배당성장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배당성장주가 기업은행이라는 게 양 위원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주당 배당금이 2013년 330원, 2014년 430원이었는데 올해는 500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1조4480억원인 영업이익이 내년엔 1조6020억원(대신증권 예상치)으로 10.6%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배당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어나는 종목에 투자해야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익이 개선된 기업들이 많아 배당주 선택의 폭이 커졌다. 특히 전통적인 고배당주였던 정유주와 은행주에서 배당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종목들이 많다. 정종혁 NH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작년 적자를 본 정유사들이 SK이노베이션처럼 올해 대거 흑자로 전환되면서 배당액을 늘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한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은행들이 배당을 늘리면서 은행권도 올해 배당성향이 지난해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한 20% 중반까지 나올 것 같고 보험업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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