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계사에 은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24시간 최후 통첩을 보냈다. 9일 오후 4시까지 한 위원장이 제발로 걸어나오지 않을 경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조계사에 진입해 강제 검거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상균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24시간 이내에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보된 기한 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무엇보다 6일까지의 ‘자진퇴거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계속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국민·불자들은 배신하는 행위”라며 강제검거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이처럼 경찰이 초강경 모드로 돌입한 데는 한 위원장을 향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번 사태로 정당한 법집행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강 청장은 기자들에게 법집행기관으로서 경찰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더이상 (강제 검거를)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9일 오후 4시 전까지 한 위원장이 자진퇴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이날 오후 4시부터 경찰의 조계사 강제진입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가 10일 오전 중 강제검거 작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이날 강 청장의 기자간담회에 앞서 조계사를 직접 방문해 종단에 한 위원장의 신병확보를 공식요청해 경찰이 ‘최후통첩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구 청장은 조계사 측에 자진퇴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협조를 구했다. 이어법치국가에서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영장에 응하지 않고, 공권력이 이를 집행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법질서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영장 집행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장의 요청에 대해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경찰과 정부는 12월5일 집회의 성과를 잘 살려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달라”며 경찰의 퇴거 요청을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화쟁위는 (한상균 위원장이) 무엇보다 국민들을 믿고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혀 종단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찰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며 오히려 자신의 은신처가 되고 있는 조계사 측을 비판해 신도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날 조계사 신도로 구성된 ‘회화나무 합창단 소속 여성 단원 30여명이 한 위원장의 거처인 조계사 관음전을 찾아 그를 밖으로 끌어내려 했지만 입구가 철문으로 잠겨 있어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분을 참지 못한 일부 단원들은 40여분 간 철문을 두드리며 한 위원장에게 하루빨리 조계사를 나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상경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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