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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언더성우③] 한정된 파이, 과열되는 경쟁
입력 2015-12-07 13:55 
디자인=이주영
[MBN스타 유지훈 기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갈등도 그렇다. 언더성우와 협회성우도 그랬다. 두 집단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좁히기 힘든 입장의 차이를 가지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우를 꿈꾸며 언더성우라는 이름으로 녹음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우가 될 수 있는 문은 좁다. 성우 지망생은 1만 명 가까이 되고 한 시험에 2500~3000명 사이의 인원이 지원한다. 하지만 공채에 합격해서 협회성우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연간 열 명 남짓이다.

‘경험을 쌓아야 하니까 녹음 일도 해 봐라라고 용기 주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인생을 어떻게 해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어요. ‘누구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왜 우리는 항상 시험에만 합격을 해야 할 수 있나. 시험에 되지 않아도 우리도 일을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하고 싶어요.” (언더성우 B씨)

KBS는 1년마다 공채 성우를 뽑고 있으며 EBS, 대교, 대원, 투니버스는 약 3년 정도 주기를 두고 간헐적으로 공채 시험을 연다. MBC는 2005년 이후 10년간 성우를 뽑지 않고 있다. 성우 지망생들은 이렇게 점점 좁아지는 공채성우의 문턱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은 방송국 일이 아닌 모바일 게임, 대학교 영상과제 등에 지원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녹음 현장에서 협회성우와 언더성우가 함께 만나는 일도 잦았다.

성우 공부하는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같은 부류의 사람들인데. ‘너희들은 아직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녹음 같은걸 왜 해하는 식의, 하대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학원에서는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시험에 합격해라라고 말하는데 막상 녹음일은 하지 말라고 해요. ‘협회로 들어와라 해라라고요. 저희도 이 일로 돈을 벌고 싶어요.” (언더성우 A씨)

성우협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었다. 언더성우들이 일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으나 ‘정당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언더성우들은 평균적으로 협회성우의 1/3정도 되는 가격으로 녹음활동을 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싼 값으로 성우들을 쓸 수 있게 됐다. 성우협회에 소속된 약 780여 명의 성우들도 과열된 경쟁으로 임금을 내리고 있었다.

언더성우들이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면 협회 취지와는 다르게 가격을 싸게 받게 됩니다. 언더성우들도 협회성우들도 모두 목소리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업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어요. 우리도 언더성우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회 내부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고 있죠. 어떤 사람들은 ‘받아들이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안 된다. 우리는 모두 공채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언더에 있던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성우협회 사성호 부이사장)

다른 시각으로 봤을 때는 결국 공채 시험의 유무에 따라 이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어 보이기도 했다. 탤런트의 경우는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로 공채 탤런트가 폐지됐었고 공채와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하지만 성우는 공채 성우들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이라는 부분도 존재했다.

탤런트들이 와서 외화 더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고 특별한 장르니까 못 따라오는 경우도 있었죠. 같은 배우의 대사일지라도 우리는 대사의 길이와 화면에 있는 표정을 맞춰야합니다. 성우는 결국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분야입니다. 이런 것은 공채성우가 되어야만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공채성우가 되면 이런 교육의 기회도 많습니다. 우리 성우 협회에서도 교육을 하고 방송가에서도 교육을 합니다. 라디오드라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성우협회 사성호 부이사장)

협회성우와 비협회성우는 공채 시험 통과의 유무로 양분됐다. 모두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지만 한정된 파이를 나눠가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여기에 많은 연예인들이 내레이션과 게임 더빙에서 활약하며 경쟁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다. 협회성우든 언더성우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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