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사주 매입후 소각 안하는 삼성 금융계열사들
입력 2015-12-03 17:27  | 수정 2015-12-04 10:22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그룹 3개 금융 계열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소각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향후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은 각각 자사주 650만주(7085억원), 166만주(5320억원), 245만주(1188억원) 취득 공시를 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한 삼성전자와 달리 3개 계열사는 주가 안정이라는 취득 목적을 내걸고 단순 자사주 취득 결의를 해 여전히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이 확보할 수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은 약 3%포인트가량 상승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화재는 이번 자사주 취득 결의 전에는 자사주 지분이 12.42%였는데 자사주 취득 후엔 16.02%로 올라갔다. 여기에 기존 삼성생명 출자 지분 14.98%를 더하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에 대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지금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4개 금융 계열사 지분을 각각 34.4%, 11.1%, 14.9%, 98.7%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 지분까지 합해 30%를 넘어야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팀장은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사실은 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중에서 중간금융지주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증권을 제외한 삼성카드와 삼성화재는 지분 30% 요건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주식을 동시에 소유하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아래에 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또 다른 지주회사인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면 그 아래에 중간금융회사로 삼성생명을 두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고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지분 7.5%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지배력이 동시에 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당장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2012년 발의된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여전히 계류 중이다. 또한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돼 지주회사 중심으로 그룹이 재배치되는 여건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핵심 관건인 삼성전자 인적분할 같은 추가 숙제가 남아 있다.
금산 분리 규제에 따라 2017년부터는 삼성생명 보유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되므로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지주회사로 가는 것보다 사업구조 재편 정도만 실시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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