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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 왜 일반 현역병으로 입대하나?
입력 2015-12-03 17:10 
일반 현역병 입대를 앞둔 성남FC 골키퍼 박준혁.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지난시즌 도중 성남FC 코치진이 박준혁에게 1년 뒤 입대를 권유했다. 여기까진 박준혁이 직접 밝힌 ‘팩트다. 하지만 그 ‘권유가 일반 현역병 입대의 인자라 보기 어렵다. 단 한 가지 사실로 설명하기엔 상황이 너무 꼬였다. 지난 1일 박준혁과의 인터뷰, 관계자들과의 이야기를 토대로 상황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1. 1년 전 상주상무 입대할 수 있었다
1년 전 박준혁에겐 기회가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 박진포이 상무 입대를 권유했을 때, 설령 코치진이 ‘1년 뒤 경찰청 입대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어도 상무 입대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선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코치가 군대 가라, 가지 말라 강요할 수 없다. 결국은 본인 선택”이라고 했다. 지난 1일 K리그 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박준혁도 1년 전 (박)진포가 말했을 때, 갔어야 했나…”라며 후회 뉘앙스를 풍겼다.

2. 누구도 불합격 예상하지 못했다
박준혁은 실기 점수 등 모든 면에서 1등 의경감이었다. 성남 코치진, 주위 동료, 가족, 팬 모두 박준혁이 안산으로 가는 줄만 알았다. ‘다른 선수 다 떨어져도 박준혁은 붙겠지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박준혁이 올해 경찰청으로 간다는 소문을 들은 다른 팀 골키퍼들이 상주상무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K리그 4년 연속 30경기 이상 출전하고, 최근 두 시즌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골키퍼가 탈락하리라 예상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그.런.데.
3. 인·적성 검사가 운명을 좌우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안산 관계자는 합격자 모두 K리그에서 경기를 뛰던 선수들이 경기수 부분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인·적성 검사에서 가늠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인·적성 검사는 ‘자살 충동, ‘폭력성 등을 포함한 200개 문항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혁은 한 축구계 관계자에게 ‘헷갈리는 문장이 많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안산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다. 다만 경찰청 측에선 ‘선수 본인은 왜 떨어졌는지 알 것이라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4. 이흥실 감독은 박준혁을 원했다
취재 도중 이흥실 감독을 비롯한 안산 코치진도 박준혁의 선발을 고대한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신진호(포항)와 유준수(울산)을 뽑지 못한 아쉬움을 국내 취재진에게 드러냈던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흥실 감독도 원하는 선수를 100% 발탁할 수 없었다. 구조가 그렇다. 안산 관계자는 이흥실 감독과 코치 1명이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만, 그 외 외부 전문가 3~4명이 동석한다. 면접도 다른 전문가들이 본다. 합격 여부 문제로 잡음이 생기기 때문에 공정성을 갖고 선수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흥실 감독에게도 절대적인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만약 이흥실 감독에게 절대 권한을 줬다면, 낮은 인적성 점수에도 불구하고 합격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2014년 성남FC FA컵 우승 주역 박준혁. 사진=MK스포츠 DB

5.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박준혁에게는 3~4년 동고동락한 대리인(에이전트)이 있었다. 외부에 밝혀지지 않는 이유로 박준혁과 대리인은 시즌 중 결별했다. 헌데 그 시기가 안 좋았다. 경찰축구단 지원에서 떨어진 뒤 사방팔당 다른 대안을 알아봐야 할 9월경, 옆에서 조언해주고, 대신 업무를 처리해주는 지원군이 옆에 없었다.
그래서 박준혁은 직접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병무청과 경찰청에도 문의했다. 훈련과 경기 외에는 온통 군 문제만 신경 썼다. 금새 한계에 봉착했다. 하다 하다 안되서 성남 선수단 운영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운영팀 직원이 갖가지 서류를 준비하고, 직접 관련 부서에 문의하여 입영 일자 연기, 경찰 축구단 2차 지원 등 방법을 알아봤지만 12월 7일 입영 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산은 2차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3일 7명의 추가 합격자를 발표했다. 박준혁은 병무청으로부터 입영 일자를 받은 상태라 병무청 규정상 경찰청의 테스트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성남 홍보팀 관계자는 군은 선수 본인이 준비해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쩌면 현 상황에서 이 말이 정답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박준혁은 7일 논산훈련소로 입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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