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김황식 전 총리 “정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
입력 2015-12-03 14:21 

김황식 전 총리의 정치적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이 지난 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전 대표 등 중진들의 서울출마를 종용하고 나선 직후인 3일 김 전총리가 현실정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여당의 금기어인 ‘개헌‘을 거론해 더욱 주목된다. 20대 총선 출마 뜻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대권인가.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시내 한 조찬모임에서 매일경제 10월 26일자에 게재된 칼럼 ‘김황식의 필동통신‘의 제목인 ‘독일의 정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파워포인트로 꼼꼼하게 준비한 그의 강연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한국의 현실정치는 국민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선에 도달했다. 이대로 나둬서는 안 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었다.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자리인만큼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김 전 총리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수명이 다했다”고 지적하고 권력구조 개편이나 거대 양당 중심의 극한 대립구조 개선을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을 통해 이른바 ‘87년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가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 새누리당 친박계와 맥락을 같이 한 것인가. 아니면 순수한 사견(私見)인가.

정치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며 개헌담론을 꺼낸 그의 발언은 현실 정치인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대법관과 총리를 지낸 국정 원로의 발언이라기 보다는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현실 정치인의 레토릭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의 개헌론 핵심은 통치 권력과 정당 권력의 독과점이 아닌 분산, 즉 나눔의 정치다. 권력 분립을 통해 과도한 권력 집중에 의한 독재의 위험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정을 통한 대화·타협·배려의 정치다.
독일정치를 그 사례로 제시했다. 독일은 어떤 민주국가보다 철저히 제도적으로나 실제 운영상 권력을 분산시킨 나라라는 것이다. 상하 양원제인 입법부, 헌법재판소·일반법원·특별법원으로 3분화된 사법부, 연방과 16개 주로 분산된 연방제 국가, 주권 일부가 이양된 유럽연합(EU) 핵심국가, 연방대통령·연방총리·연방장관 간의 엄격한 권력분산이 된 중앙정부 등. 그래서 독일은 역사상 가장 부강하고 안정된 나라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얼핏 새누리당 친박계가 제기한 분권형 개헌론과 궤를 같이 한다. 다시 말해 김 전 총리의 ‘권력분산론은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를 요체로 하는 친박계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과 유사하다. 현재는 친박계의 개헌론이 수면 아래로 잠복했지만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친박계와 연을 맺은 김 전 총리가 ‘권력분산-연정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무튼 묘한 느낌을 갖게 했다.
아울러 과반수 의석이 나오기 힘든 독일의 선거제도와 이에 따른 연립정부 구성 등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발전시켰다는 게 김 전 총리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즉 권력분산·선거제도·연립정부를 통한 대화의 정치, 나눔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국정발전과 국민통합의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콘라트 아데나워(Konrad Adenauer) 독일총리의 일화를 얘기할 때 유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특히 1949년 73세에 총리에 취임해 1963년 88세까지 3번을 역임했다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뤘다.
1948년생으로 67세인 김 전 총리는 아직은 아데나워보다 젊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전 MB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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