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은 ‘200만 달러’ 사나이의 탄생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더 이상 국내 자유계약(FA) 시장에서만 ‘돈 잔치가 펼쳐지지 않는다. 이제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도 100만 달러는 거액이 아니다. 2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머지 않아 탄생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몇몇 팀의 물음표로 남아 있는 외국인 투수와 더불어 두산과 재계약을 노리는 투수 더스틴 니퍼트(34)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일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연봉 총액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190만 달러는 종전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이었던 에릭 테임즈와 니퍼트의 150만 달러를 훌쩍 넘은 숫자다.
한화는 올해 ‘로저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로저스는 올 시즌 10경기 등판에서 총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승과 함께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맹활약했다. 150km 중반대의 강속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커브로 한 경기 당 삼진을 평균 6개씩 잡는 구위를 자랑했다.
올 시즌 후반기 KBO리그를 정복한 로저스를 잡기 위해 한화는 통 큰 투자를 결심해야 했다. 한화도 로저스를 잡겠다는 의지도 강했지만 웬만한 계약 수준으로는 로저스를 잡기 힘들었다. 결국 끈질기고 정성스런 구애와 함께 190만 달러라는 외인 연봉 최고액으로 로저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같은 날 KIA도 투수 헥터 노에시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투수 지크 스프루일의 계약도 동시에 있었지만 연봉 총액 170만 달러의 노에시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로저스와 같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노에시는 지난 2004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로 입성했다. 양키스 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망한 투수 자원 중 한 명이었다. 노에시는 빠른 공 평균 구속이 150km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지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제구력도 좋다는 평가다.
KIA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노에시를 주목하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노에시와의 계약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노에시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 시즌은 지난해였다. 노에시는 지난 시즌 8승 11패 평균자책점 4.39로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선발진에서 활약한 노에시를 데려오기 위해서 KIA는 17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한화 투수 에스밀 로저스 사진=MK스포츠 DB

이처럼 KBO리그 수준에서 특급 투수를 데려오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더 과감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100만 달러 규모의 연봉을 한 선수에게 투자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FA 시장 규모의 성장과 함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씀씀이도 수직 상승 중이다.
이제 연봉 200만 달러의 시대도 머지않은 분위기다. 당장 삼성의 경우에도 기존 두 명의 외인 투수와 결별하고 새 얼굴을 찾고 있다. 마운드가 약해진 삼성이기에 또 다른 깜짝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외인 투수 일부를 결정하지 못한 타 팀도 마찬가지다.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니퍼트도 2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니퍼트는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는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내구성에 있어서는 물음표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지만 건강만 하다면 구위에는 의심이 없다.
니퍼트는 오는 6일 양준혁 재단 자선 경기 참가와 개인사로 조만간 한국으로 입국한다. 한국 체류 기간 동안 구단과 협상 테이블도 차릴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우선 외국인 타자와의 계약에 힘을 쏟고 그 다음 니퍼트와의 협상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예상보다 니퍼트와의 협상이 길어질 여지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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