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 합병때 `기관 찬성표` 깐깐해진다
입력 2015-12-02 17:20  | 수정 2015-12-02 20:26
올 1분기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때 국내 자산운용사 50곳 가운데 31곳은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단 한 건도 표명하지 않았다. 11곳 중 8곳이 반대표를 행사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과 차이가 확연했다. 국내 운용사들의 의결권 반대 행사 비중(3.8%)은 외국계(23.1%)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한다. 지난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이 기업 간 합병이나 분할 등 중대 안건을 주총에서 결의할 때 국내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들의 '찬성표' 행사가 한층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위원회 후원으로 기업지배구조원·자본시장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7개 원칙을 처음 공개했다.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주요 원칙은 기관투자가의 △수탁자로서 책임 정책 제정 △이해상충 방지 정책 제정 △투자 대상 회사 지속적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 및 행사 내역 공개 △의결권 행사 내역 투자자 보고 △수탁자 책임 이행 위한 전문성 확보 등 7개다.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는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식시장 발전 방안의 하나로 도입이 추진됐다. 지난 2월 금융위와 금감원, 기업지배구조원,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약 10개월의 작업을 거쳤다. 이날 초안을 바탕으로 2~3개월 동안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주주총회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별로 코드 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가입한 기관투자가는 7개 원칙에 따라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책과 구체적인 이행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의 경우 자체적인 결정기구를 둘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상당수 연기금이나 운용사는 기업지배구조원이나 서스틴베스트와 같은 의결권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확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GPIF가 위탁 자산운용사도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도록 하고 위탁사 평가 시 스튜어드십코드 수행에 충실했던 운용사에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 서양에서 큰 저택이나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들도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에서 생겨난 용어다.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차원에서 영국이 2010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최재원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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