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기존 팬들이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앨범이다.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진 못했다. 너무 안이하고 얕은 접근이 아쉽다."(강일권 힙합 전문 평론가)
"여전히 '강남스타일'을 엄청 의식한 듯 하다. 재미 있는 건 충분히 보여줬으니 이제 프로듀서로서, 래퍼로서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이대화 EDM 전문 평론가)
'국제 가수' 싸이의 정규 7집 '칠집싸이다'에 대한 일부 음악평론가들의 말이다. 몇몇 이들은 기자의 '음악적 평론' 요청을 정중히 고사했다. 다수 음악 팬의 들뜬 반응과 달리 평론가들의 입이 무거워졌다. 들어서 많은 이들이 즐겁다면 됐다. 굳이 잔칫상에 재 뿌리기 부담스러운 눈치다.
정규 앨범으로는 약 3년 5개월 만 돌아온 싸이다.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100 2위까지 오른 이후 '젠틀맨'과 '행오버'로 연이어 주목받았다. 한국 가수로서, 순위를 떠나 빌보드 메인 차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이는 그 뿐이었음에도 모양새는 내리막이었다.
늘 유쾌한 그는 그 사이 여러 차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해왔다. 싸이 본인 스스로 "중압감 혹은 미국병이었는지 곡을 미처 한 두 마디 진행하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사공이 많았다. 그 사공을 한 명으로 정하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스러움을 찾는다는 말 자체가 싸이답지 않은 짓인 것 같다"고도 했다. '초심'을 강조한 그는 "두 번 다시 '강남스타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순수 한국어로 된 노래가 세계에서 울려 퍼지기 힘들다. 나에게 그런 일이 또 있으리라 여기지 않는다"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칠집싸이다'의 더블 타이틀곡 '대디(Daddy)'와 '나팔바지'에 대한 초반 차트 성적은 고무적이다. 이틀째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정상을 싹쓸이 하고 있다. 2일 오전 8시 기준 '대디'는 멜론, 올레, 벅스, 몽키3 등 4개 음원 차트에서 1위다. ‘나팔바지는 지니,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 3개 음원차트 맨 위에 올랐다. 쌍끌이 인기 행진이다.
‘대디와 ‘나팔바지 뮤직비디오 역시 글로벌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싸이 특유의 익살이 가득한 두 뮤직비디오는 각각 유튜브 조회수 888만 6412뷰, 289만 9296뷰를 기록, 이틀만에 도합 1000만뷰를 돌파했다. 인구가 많은 중화권에서 인기도 뜨겁다. 다시 한 번 미국 빌보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디'와 '나팔바지'는 이번에도 호불호가 갈린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일각의 실망섞인 목소리는 그가 '강남스타일'의 후광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기인한다. 즉 '초심을 찾은게 맞느냐'는 것이다.
강일권 평론가는 '칠집싸이다'를 두고 "작금의 트렌드인 뻔한 빅룸 하우스와 평이한 가요 트랙을 모아놓은 정도의 감흥에 그친다"며 "특히 '대디'는 빌보드에 대한 열망이 너무 절절히 느껴져서 벅찰 정도"라고 말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듣는 사람에 따라 표현은 다르겠지만 신시사이저 멜로디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 아마도 공통된 생각일 것"이라며 "물론 본인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선택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전했다.
심리학에는 '첫인상의 오류'라는 용어가 있다. 처음 갖게 된 이미지를 상대의 얼굴 위에 계속 덧씌워 인식하는 경우다. 그 결과로 자기의 생각과 달리 지극히 자기답게 행동·사고하는 상대에 실망하는 불행이 빚어질 수 있다. 흔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다.
반면 '일관성 오류'의 법칙도 있다. 앞서 설명한 오류와 달리 첫인상이 좋으면 다른 실수쯤은 용납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떠한 오류를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싸이의 음악평이 좋고 나쁨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꼭 찾아 들어볼 '필요성'을 갖게한 음악적 행보를 걸어온 싸이의 업적은 이미 그것으로 대단하다. 여느 가수에게는 꿈이자 소망이다.
'대디'와 '나팔바지'에 실망한 이들에게 권한다. '칠집싸이다'는 두 노래가 전부는 아니다고. 사실 싸이의 '초심'은 앨범 내 다른 수록곡에서 찾을 수 있다. 총 9곡의 수록곡 중 특히 전인권이 피처링한 '좋은날이 올거야'와 시아준수가 힘을 보탠 '드림(Dream)'은 '댄스쟈키' 싸이뿐 아닌 발라더이자 로큰롤베이비이기도 한, 변함 없는 그의 '아저씨 스웩'을 확인하기 좋은 곡이다.
'이성은 녹슬고 이상은 커져 별 생각을 다 하는 아저씨/ (중략) / 애들은 가'라고 외치면서도 '수요일엔 빨간장미를/ 토요일은 밤이 좋아/ 우린 그랬었다/ 목놓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듣던 그 노래'(I Remember You 가사 中)'를 떠올리게 하는 싸이 표 감성이 담겼다.
'칠집싸이다'라는 앨범명은 묘하게도 중의적이고 다층적이지만 선명하다. '사이다 한 잔 들이킬 때의 톡 쏘는 기분, 그것이 바로 싸이가 이번 앨범에서 전달하고 싶은 그 무엇이 아닐까'라고 YG 측은 추측했다. 시쳇말로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니까. '딴따라' '싸군' 싸이가 원래 싸이다. 그 존재감 만큼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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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강남스타일'을 엄청 의식한 듯 하다. 재미 있는 건 충분히 보여줬으니 이제 프로듀서로서, 래퍼로서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이대화 EDM 전문 평론가)
'국제 가수' 싸이의 정규 7집 '칠집싸이다'에 대한 일부 음악평론가들의 말이다. 몇몇 이들은 기자의 '음악적 평론' 요청을 정중히 고사했다. 다수 음악 팬의 들뜬 반응과 달리 평론가들의 입이 무거워졌다. 들어서 많은 이들이 즐겁다면 됐다. 굳이 잔칫상에 재 뿌리기 부담스러운 눈치다.
정규 앨범으로는 약 3년 5개월 만 돌아온 싸이다.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100 2위까지 오른 이후 '젠틀맨'과 '행오버'로 연이어 주목받았다. 한국 가수로서, 순위를 떠나 빌보드 메인 차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이는 그 뿐이었음에도 모양새는 내리막이었다.
늘 유쾌한 그는 그 사이 여러 차례 창작의 고통을 호소해왔다. 싸이 본인 스스로 "중압감 혹은 미국병이었는지 곡을 미처 한 두 마디 진행하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사공이 많았다. 그 사공을 한 명으로 정하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스러움을 찾는다는 말 자체가 싸이답지 않은 짓인 것 같다"고도 했다. '초심'을 강조한 그는 "두 번 다시 '강남스타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순수 한국어로 된 노래가 세계에서 울려 퍼지기 힘들다. 나에게 그런 일이 또 있으리라 여기지 않는다"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칠집싸이다'의 더블 타이틀곡 '대디(Daddy)'와 '나팔바지'에 대한 초반 차트 성적은 고무적이다. 이틀째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정상을 싹쓸이 하고 있다. 2일 오전 8시 기준 '대디'는 멜론, 올레, 벅스, 몽키3 등 4개 음원 차트에서 1위다. ‘나팔바지는 지니,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 3개 음원차트 맨 위에 올랐다. 쌍끌이 인기 행진이다.
‘대디와 ‘나팔바지 뮤직비디오 역시 글로벌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싸이 특유의 익살이 가득한 두 뮤직비디오는 각각 유튜브 조회수 888만 6412뷰, 289만 9296뷰를 기록, 이틀만에 도합 1000만뷰를 돌파했다. 인구가 많은 중화권에서 인기도 뜨겁다. 다시 한 번 미국 빌보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디'와 '나팔바지'는 이번에도 호불호가 갈린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일각의 실망섞인 목소리는 그가 '강남스타일'의 후광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기인한다. 즉 '초심을 찾은게 맞느냐'는 것이다.
강일권 평론가는 '칠집싸이다'를 두고 "작금의 트렌드인 뻔한 빅룸 하우스와 평이한 가요 트랙을 모아놓은 정도의 감흥에 그친다"며 "특히 '대디'는 빌보드에 대한 열망이 너무 절절히 느껴져서 벅찰 정도"라고 말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듣는 사람에 따라 표현은 다르겠지만 신시사이저 멜로디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 아마도 공통된 생각일 것"이라며 "물론 본인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선택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전했다.
심리학에는 '첫인상의 오류'라는 용어가 있다. 처음 갖게 된 이미지를 상대의 얼굴 위에 계속 덧씌워 인식하는 경우다. 그 결과로 자기의 생각과 달리 지극히 자기답게 행동·사고하는 상대에 실망하는 불행이 빚어질 수 있다. 흔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다.
반면 '일관성 오류'의 법칙도 있다. 앞서 설명한 오류와 달리 첫인상이 좋으면 다른 실수쯤은 용납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떠한 오류를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싸이의 음악평이 좋고 나쁨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꼭 찾아 들어볼 '필요성'을 갖게한 음악적 행보를 걸어온 싸이의 업적은 이미 그것으로 대단하다. 여느 가수에게는 꿈이자 소망이다.
'대디'와 '나팔바지'에 실망한 이들에게 권한다. '칠집싸이다'는 두 노래가 전부는 아니다고. 사실 싸이의 '초심'은 앨범 내 다른 수록곡에서 찾을 수 있다. 총 9곡의 수록곡 중 특히 전인권이 피처링한 '좋은날이 올거야'와 시아준수가 힘을 보탠 '드림(Dream)'은 '댄스쟈키' 싸이뿐 아닌 발라더이자 로큰롤베이비이기도 한, 변함 없는 그의 '아저씨 스웩'을 확인하기 좋은 곡이다.
'이성은 녹슬고 이상은 커져 별 생각을 다 하는 아저씨/ (중략) / 애들은 가'라고 외치면서도 '수요일엔 빨간장미를/ 토요일은 밤이 좋아/ 우린 그랬었다/ 목놓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듣던 그 노래'(I Remember You 가사 中)'를 떠올리게 하는 싸이 표 감성이 담겼다.
'칠집싸이다'라는 앨범명은 묘하게도 중의적이고 다층적이지만 선명하다. '사이다 한 잔 들이킬 때의 톡 쏘는 기분, 그것이 바로 싸이가 이번 앨범에서 전달하고 싶은 그 무엇이 아닐까'라고 YG 측은 추측했다. 시쳇말로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니까. '딴따라' '싸군' 싸이가 원래 싸이다. 그 존재감 만큼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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