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년 넘은 김치냉장고 폭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제조사 배상해야'
입력 2015-12-02 11:07  | 수정 2015-12-02 14:59
10년 넘은 김치냉장고 폭발/사진=MBN
10년 넘은 김치냉장고 폭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제조사 배상해야'

10년 넘은 김치냉장고가 폭발해 일어난 화재를 제조사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제조사는 '제품 공급 후 10년이 지나면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제조물책임법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제조사에 제품 안전 그 이상의 책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한 손해보험사가 국내 김치냉장고 1위 업체 대유위니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처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A씨는 2003년 이 회사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집에 놓고 썼다. 지난해 3월 멀쩡하던 김치냉장고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타올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A씨의 집과 옆집 등 모두 4채를 태웠습니다.
사진=MBN

소방서는 김치냉장고 팬 모터에 먼지가 쌓였다가 갑작스럽게 이상 발열 현상을 보이며 불이 났다고 봤다. 사건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치냉장고 내부 합선이 발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A씨 등 피해자에게 모두 4천290여만원을 배상하고 비용을 제조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제조사는 "판매한지 10년이 지나 이미 우리 쪽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7조 제2항은 제조물이 공급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돼있다. A씨가 구매한 제품은 2003년 제조·공급됐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조사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김치냉장고를 10여년간 사용했다고 해서 내부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여기진 않는다"며 "사용기간이 다소 오래됐어도 제조사는 제품 위험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치냉장고에서 폭발현상이 발생한 후 화재가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2012∼2013년 10년 이상된 김치냉장고 화재 22건 중 20건이 피고의 제품이었던 만큼 내부 부품의 내구성에 하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이 10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일반 민법 역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며 법적으로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김치냉장고가 그간 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제조사가 피해액의 50%인 2천145만원만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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