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되돌린 ‘맛의 시간’…우린 지금 추억을 먹는다
입력 2015-11-30 11:28 
롯데제과의 복고풍 과자 제품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되면서 또 한 번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 식품이나 복고 컨셉트의 외식업소가 각광 받고 있다. 맛에는 변화가 없지만 추억 또한 그대로다. 이 제품들을 소비하면서 과거를 떠올리고 다시금 추억에 젖어드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복고 키워드가 식품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에는 유독 익숙한 과자가 많이 나온다. 빼빼로, 월드콘, 가나초콜릿, 수박바 등이다. 모두 롯데제과의 인기 제품들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이번 드라마에 간접광고(PPL) 형태로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가나초콜릿 광고는 인상적이다. 드라마 속 성인 주인공인 이미연이 청춘스타 시절 남성 품에 안겨 남심을 한껏 유혹하던 광고 속 바로 그 제품이다. 롯데제과는 실제 가나초콜릿 후속 광고 모델로 드라마 속 이미연의 청춘 시절 주인공인 혜리를 발탁했다. 롯데는 꼬깔콘, 빼빼로, 마가렛트, 카스타드, 제크 등의 제품으로 추억의 판매전을 연 데 이어 이번 1980년대 히트 상품 판촉물을 모아 별도의 판매전도 후속 개최할 예정이다.
SPC그룹 삼립식품은 추억의 도넛인 ‘빅꽈배기도넛을 내놨다. 옛날 꽈배기 도넛을 그대로 재현한 모양에 현대적인 취향의 페이스트리 빵을 접목시킨 독특한 제품이다. 길이가 무려 27㎝여서 양도 넉넉하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로와상 도넛, 크로와상 붕어빵과 같이 퓨전과 복고 트렌드를 잇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0~1980년대 출생자라면 한 번쯤 먹어봤음직한 추억의 이유식 브랜드 ‘거버도 최근 다시 등장했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에서 미국 최대 이유식 브랜드 거버 7종을 해외 유명 직구 사이트 판매가격 수준으로 싸게 판매하고 나섰다. 거버는 7080 대표 이유식이지만 2000년대 이후 국내 출산율 저하로 한국 시장에서 공식 철수한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한 달간 이마트몰을 통한 거버 프리론칭 행사를 통해 간편 이유식 시장에서 복고 브랜드 거버의 검증을 마쳤다. 거버는 이 기간 이마트 간편 이유식 매출의 18%를 차지하며 이유식 브랜드 3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과거 무거운 유리병 대신 이번엔 가벼운 플라스틱 케이스로 바꿔 조부모 세대뿐 아니라 신세대 부부들이 중요시하는 간편성과 편의성도 갖췄다. 김태우 이마트 분유 바이어는 최근 엄마같은 할머니, 아빠같은 할아버지를 의미하는 할마, 할빠 신조어가 생길 만큼 육아시장에 조부모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 직구로만 구매 가능하던 추억의 거버를 다시 국내로 들여와 할마 할빠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도 복고 바람은 거세다. 서민적 느낌이 강한 포차나 주점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안양에 문을 연 ‘포차어게인은 1970~1990년대 길거리 분위기를 실내에 그대로 재현했다. 실제 도로처럼 꾸며놓은 바닥에 이정표, 버스 승강장, 빨간 우체통, 공중전화, 전봇대 등의 소품이 배치돼 있다. 벽돌 장식과 함께 이발소, 극장, 다방 등 상점이 늘어선 듯한 벽면과 오래된 포스터들이 옛 동네 정취를 느끼게 한다. 레코드판을 연상시키는 메뉴판 역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포장마차 천막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눈에 띈다. 매장 내부 포장마차 천막에서 내리는 물줄기는 비오는 날 야외에서 술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인천 송도 등에 자리잡은 주점 ‘미술관은 복고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곳이다. 7080시대 옛 간판과 노란 불빛의 따뜻한 조명, 목조식으로 갖춘 인테리어와 매장 외관이 인상적이다. 20대를 위한 퓨전 요리에서부터 3040세대를 겨냥한 옛 음식까지 선보인다. 현재 전국 2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들보다 시대를 좀 더 옛날로 되돌린 곳도 있다. 1960년대 모습을 매장에 담은 ‘쭈꾸미블루스는 잊혀져간 달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렇게나 쓰여진 듯한 간판과 촌스러운 포스터, 소쿠리, 쟁반 같은 소품 등이 있다. 몸빼바지를 유니폼으로 입은 매장 직원들도 마주할 수 있다. 서울 신촌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 10여 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 컨셉트로 만든 외식매장까지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 ‘모던눌랑은 1930년대 상하이 거리를 모티브로 열차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열차 플랫폼을 형상화했다. 기존 전통 중식과는 달리 다양한 퓨전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대표 메뉴는 몽실탕수육, 새우춘권, 고기짬뽕 등이다.
외식업체 SG다인힐이 운영하는 로스구이 전문점 ‘로스옥도 최근 새로 등장했다.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이 매장은 파란색 한글 간판과 촌스러운 옥색 지붕을 올려 시대극 느낌의 로스구이집을 연상시킨다. 불고기, 돼지갈비 등 다양한 고기 요리가 제공된다. 메뉴판이 옛날 세로쓰기식 신문 형태로 구성된 점도 볼거리다.
[특별취재팀 = 전지현(팀장) / 서진우 기자 / 조성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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