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잘 나가는 개그맨 5인방은 왜 ‘쇼그맨이란 이름으로 뭉친 걸까.
‘쇼그맨은 박성호, 김재욱, 김원효, 이종훈, 정범균이 뭉쳐 결성한 개그 팀으로, 전국 투어는 벌써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내년 2월엔 미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각자의 이름만으로 이미 빛나는 개그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정작 이들은 하고 싶어서”라는 가장 쉽고 간단한 말로 ‘쇼그맨의 결성 이유를 설명했다.
개그계에서는 수많은 후배들을 두고 코너의 리더를 할 만한 위치들인 이들이 도대체 왜 무대 공연을 위해 손수 의자까지 나르며 도전을 하는 걸까. 이들에 직접 듣고 싶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한 김재욱을 제외한 네 명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쇼그맨을 말했다.
Q. ‘쇼그맨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개그맨들의 시작과 끝은 무대라고 생각했다. 다시금 이런 무대에 올라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방송에선 규제나 나름의 제한이 있지 않나. 그런 걸 탈피해서 다 해보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영감들이나 아이디어들을 잘 충전해서 방송에 다시 나서고 싶었다. (박성호)
쉽게 얘기하자면, 저는 하고 싶어서. 개그맨은 하고 싶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말로, 엄청 높은 분의 아들이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해도 개그맨은 아마 성공 못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대본 줘도 그걸 못 살리면 그만이고, 개그는 무엇보다 본인이 짜야 하니까.
그런 식으로 개그는 우리가 하고 싶어야 되는 거고, 지금 우리가 무대에 오르는 것도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다. 사람들은 간혹 오해를 하곤 한다. ‘왜 방송 안 하고 무대로 가느냐고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또 쉽게 ‘방송 안 하니 개그 안 하는 거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개그를 버리진 않았다. 무대에서 쉼 없이 개그를 하고 있었다. 무대는 그야말로 찾아가는 서비스 아니겠나. 우리가 찾아가면서 웃겨 드리는 거다.(이상 김원효)
사진=이현지 기자
Q. KBS2 ‘개그콘서트 등의 방송 일정으로 여전히 바쁠 텐데?
A. 일도 바쁘지만 전 주로 육아로 바쁘다.(웃음) 형들이 많이 이해해주고 봐줘서 눈칫밥 먹어가며 하는 중이다.(웃음) 사실 전 ‘쇼그맨이 서는 무대도 무대고, 방송도 무대라고 생각한다. 찾아가는 것과 TV를 틀면 나오는 게 다른 것뿐이지. 하지만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방송은 3분, 5분 정도 정해진 짧은 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무대는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를 보여드릴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애착이 간다.(정범균)
첫 번째 이유는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거다. 제가 막상 방송에서 못 했던 개그를 자유자재로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열정을 쏟아 붓고 싶었다. 오랫동안 그 ‘미친 듯이 하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고나 할까. 아마추어 때, 신인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열정 쏟고 내려오는 느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연 무대를 나도 모르게 ‘돈벌이로 여기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이 제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미친 듯이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이종훈)
Q. 특히 내년 2월 미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눈에 띈다.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개그 스타일이나 정서도 달라 걱정이 앞설 것 같은데?
A. 미국의 교민들은 가수 공연은 많이 접해도 개그맨 공연은 TV 속 이외로는 경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희가 개그맨들로서는 첫 미국 공연이니 말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개그맨의 개그는 TV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래도 ‘필터링이 없다 보니 생동감이나 애드리브,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해프닝 같은 게 포함돼 재미가 배가가 된다. 그런 개그 공연을 한 차례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힘도 드리고, 웃음도 드리고, 개그의 에너지도 전달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박성호)
사진=이현지 기자
아무리 교민들이 우리의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우리가 가보면 또 다를 것이란 생각은 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개그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그저 그렇게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지금 모인 다섯 명은 개그 경력이 정말 많다. 미국에 가서 관객의 반응에 맞게 즉석에서 바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의외로 미국에 계신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더라. 마음이 열려 있달까.(웃음) 홍보가 시작되자 그 분들이 정말 환영하는 반응이 다르더라.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에는 더 웃음을 드리기 쉽다. 무대를 하게 되면 바람이라는 걸 잡지 않나. 그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열려 있는 분들에겐 굳이 바람을 잡을 필요도 없을 만큼 개그의 효과가 200% 난다. 기대 효과라는 게 그만큼 큰 것 같다.(김원효)
Q. 지금까지 미국에서 개그 공연이 열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들은 미국을 다녀와서 어떤 점이 변해있을 것 같나?
A. 물론 언제든 갈 수 있었겠지만 ‘안 해서가 아닐까. 시간도 안 되고, 다 같이 뜻이 맞아서 일정을 맞추기도 힘들고. 요즘 개그맨들 사이에서 공연 팀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우리의 미국 공연도 안 했던 걸 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막상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 참 그게 어려웠던 거지.(웃음)(김원효)
솔직히 전 갈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현되고 나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물론 날아가면 더 생각이 많아지겠지만 지금은 일단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여행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지 않나. 새로운 경험들이 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바뀌었으면 좋겠고. 그 ‘바뀌는 모습은 나가 봐야 알 것 같다. 머리도 좀 트였으면 좋겠고, 좋은 영향을 그 분들에게도 미치고, 저도 좋은 영향 받고, 그러고 오고 싶다.(정범균)
어, 못 갈 줄 알았어? 난 갈 줄 알았는데.(웃음) 뭐나 기운이 좋았다. 우리가 ‘쇼그맨을 결성하고 나서 뜻했던 바를 모두 이뤘다. 순차적으로 계획했던 것들이 잘 이루어지니 미국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에 미국 행이 결정됐을 때 ‘당연한 결과 아냐?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웃음)
사진=이현지 기자 (좌-박성호/우-김원효)
유은성 전도사님이라는 분이 이쓴데, 그 분이 우리 ‘쇼그맨 공연을 할 때 보시고는 ‘이 정도 퀄리티라면 미국에 계신 교민 분들도 정말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미국에 가고 싶단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 사실 지방 공연은 넘칠 정도로 많은데 동포 여러분들은 정말 없으니까. 단지 ‘이 공연을 좋아하실까하는 고민을 했는데, 유 전도사님을 만나 현실적인 도움을 받게 됐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됐다. 그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만남이라고 보면 된다.(박성호)
Q. 공연을 하면서 ‘대선배로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A. 물론 있다. 공연을 보고 ‘별론데 이런 게 나오면 절 대 안 되니까. 그래서 매회를 정말 바꾸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만족도가 높다. 누구 한 분이 실망하고 가는 일이 없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웃음) 포항에서는 공연을 보고 너무나 재밌어서 아내 분에 표를 끊어준 남편 분도 있었고, 다른 분들과 다시 오시는 분도 있었고. 재관람율이 높다는 걸 체감하고 점점 회차가 늘어나면서 마니아 분들도 생겨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런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다.(박성호)
전 제가 공연하는 걸 통해 후배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방송 개그에만 목매지 말고, 본인의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무대에서 만나라고 말이다. 무대에 한 번이라도 더 올라간 사람이 흐름도 좋아지고, 느끼는 게 하나라도 더 있다. 전엔 공연도 많이 해보고 개그맨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곧바로 방송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꽤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이 어떤 걸 잘못하고 있는지 모를 수 있고, 수동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친구들은 꼭 공연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은 소통의 기겁도 알고, 관객들의 흐름도 알고, 정말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얻어가는 게 그만큼 많으니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거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말 공연만 한 사람당 2~3천 번씩 올랐을 거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는 것 같다.(이상 이종훈)
사진=이현지 기자(좌-이종훈/우-정범균)
Q. 공연을 하는 개그맨 5인방,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나.
A. 개그맨들은 정말 라이브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가수들도 큰 극장이 아니더라도 소극장에서 팬들과 둘러 앉아 두세 시간 동안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나. 우리도 똑같다. 옛날에는 공연도 정말 많이 했고, 방송 시간 전에 공연 하고, 방송국 녹화 끝나면 공연하고, 이런 생활을 했었다. 한동안 그 생활을 안 했다가 지금 다시 하는 것뿐이다. 그 때의 그 기쁨을 다시 찾아가는 거다.
물론 가끔은 ‘방송이 안 돼서 공연하는 거 아냐?라는 눈초리도 있는 건 안다. 하지만 전 ‘얘네들이 방송엔 안 나오는데 공연을 한다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재밌다던데라면서 궁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잘 하면 된다. 정말 열심히 했고, 그만큼 반응도 좋았다. 쇼케이스로 준비했던 공연들이 잘 돼서 회차가 점점 늘어나고, 생각지 않은 곳에서 점점 터지고 있고. 굳이 방송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공연을 즐겁게 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사람들이 ‘요즘 뭐해라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공연 보러 와라고 말하고 있다.(김원효)
-쇼그맨 인터뷰②에서 계속
◇ ‘쇼그맨 5인방은 누구?
KBS 개그맨 박성호(13기), 김재욱(20기), 김원효(20기), 이종훈(22기), 정범균(22기)이 11월5일 출범식을 가지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 개그 팀. 개그와 마술, 음악 등을 결합한 공연을 표방한다. 2016년 2월 미주전역 6개 도시를 시작으로(LA, 뉴욕, 시카고, 아틀란타, 휴스턴, 달라스) 6월 호주(시드니, 멜버른) 뉴질랜드(오클랜드)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투어를 앞두고 있다.
KBS 개그맨 박성호(13기), 김재욱(20기), 김원효(20기), 이종훈(22기), 정범균(22기)이 11월5일 출범식을 가지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 개그 팀. 개그와 마술, 음악 등을 결합한 공연을 표방한다. 2016년 2월 미주전역 6개 도시를 시작으로(LA, 뉴욕, 시카고, 아틀란타, 휴스턴, 달라스) 6월 호주(시드니, 멜버른) 뉴질랜드(오클랜드)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투어를 앞두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