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야간 당직 의사, 응급실 비워 환자 사망 시 '책임'
입력 2015-11-29 10:43 
야간당직 의사/ 사진=MBN
야간당직 의사/ 사진=MBN

야간 당직 의사가 응급실을 무단으로 비워 응급환자가 의사의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 그 환자가 소생가능성이 크지 않았어도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29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울산 남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A(35)씨는 2011년 12월4일 새벽 5시30분께 야간 당직을 서다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대구에서 지인과 만나기로 한 A씨는 원래 근무가 오전 8시까지였지만 무작정 울산역으로 가 동대구행 기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아침 해가 밝아올 때쯤 A씨가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보름 전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해있던 환자 B(48·여)씨가 오전 7시20분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B씨는 금세 혈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맥박은 치솟아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간호사 C씨는 당황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간호사는 A씨 대신 환자의 주치의에게 전화로 지시를 받으면서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하지만 C씨는 어디까지나 간호사에 불과했고 현장에서 시시각각 지시를 내려주는 의사가 없었던 탓에 응급처치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습니다.

B씨는 결국 그날 오전 9시10분께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숨졌습니다.

검찰은 야간 당직 당번이면서도 병원을 비워 응급 환자가 사망하게 했다며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A씨는 이 법원 형사3단독 곽정한 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자리를 비웠던 잘못은 인정하지만 당시 B씨는 모든 응급처치를 했더라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의 부검 감정서에서도 다량의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짧은 시간 내에 급사한 경우 즉각 최선의 치료를 한다고 해도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곽 판사는 "생존 가능성이 적다고 해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방치해선 안 되고 즉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A씨는 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당직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B씨는 충분한 양의 수액을 맞지 못했고 기도삽관 등도 받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며 B씨가 제대로 된 처치를 받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곽 판사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곽 판사는 A씨에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곽 판사는 "A씨의 과실 정도와 결과가 중하기는 하지만 폐색전증은 치료가 어렵고 치사율이 높은 점, 피고인도 당시 경험이 짧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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