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올해 웃던 건설사 내년이 두렵다
입력 2015-11-27 15:54  | 수정 2015-11-27 23:07
'중동 정세 불안과 저유가·미국 금리 인상·중국 실물경기 둔화' 그리고 '공급과잉·집단담보대출규제·원리금균등상환'. 올해 국내 주택시장에서 때 아닌 특수를 누렸던 건설업계가 국내외에서 각각 세 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맞이할 연말은 성큼 다가온 겨울만큼이나 추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해외사업 부문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다음달부터 '위기 극복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직원이 내년 11월까지 1개월씩 번갈아가며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임원인 경우에는 휴직 없이 일하며 한 달치 월급을 반납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시공능력 10위권인 상위 건설사들 임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571명 줄어들었다. 올해 주택시장이 유례없는 열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았던 현대건설이 96명을 늘린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대형사인 한화건설이 98명을, 삼성엔지니어링이 506명을 줄인 상태다. 금융당국과 시중 채권 은행이 연말 한계기업 구조조정 대상 선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건설 업계도 긴장하는 가운데 동부건설과 경남기업 등 중견 건설사들은 상반기부터 임원 인력 감축에 나섰다.

국내 건설사들이 위축된 것은해외 시장 '텃밭'인 중동지역의 긴축재정과 정세 불안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공사 발주를 줄이거나 계약을 연기하고, 사업비 지급을 늦추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IS 등 이슬람무장세력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파리 테러' 이후 정세 불안이 부각되면서 건설 업계는 '제2 중동 붐'이 불기 전에 먼저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발주를 늘리는 것에 앞서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안전에 우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스라주에서 이라크 항만청이 발주한 6억9000달러 규모 알파우 항구 방파제 공사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남부 지역인 바스라는 IS무장 세력이 활동하는 서·북부 지역과 거리가 있지만 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 따로 만들어 지난 10월 국제표준(ISO 22301)을 받은 안전 시스템을 바탕으로 본사-현장 모의훈련,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비상사태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는 내년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올해 1~11월 전체 해외 수주액은 392억805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64억3445만달러)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가운데 해외 수주 1위였던 중동은 아시아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한편 국내 시장에선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경제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가운데 공급과잉과 대출 규제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자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량을 줄일 예정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분양(승인) 물량은 34만가구 수준으로 올해 분양물량(51만 가구)의 64% 선이다.
업계는 당분간 국내 주택사업 호조에서 힘을 얻는 한편 '해외 시장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건설사들이 아시아와 북미 등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발주한 1000억여 원 규모 '흥하교량' 건설사업에는 현대산업개발·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 등이 입찰에 참가한 상황이다. 지난 8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건설업체인 사우디빈라덴그룹 제안으로 합작법인 설립 이야기가 오갔던 현대건설 관계자는 "별 다른 진행사항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즈베키스탄이나 동티모르 등 다른 지역 진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북미·중남미·중앙아시아 지역에도 눈을 돌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는 대신 캐나다 토목 공사에 처음 진출해 5700억여 원(총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이트 시 댐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식이다. SK건설은 북미에, 대림산업은 동남아 시장에 관심을 두는 중이다. 다만 나한익 노무라금융 애널리스트는 "중동에선 발주가 취소되거나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장기적으로 인프라 수요 등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쉽게 돌아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