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이후 벨기에가 파리만큼이나 전세계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남쪽으로 국경이 맞닿아있는 인구 1000만명의 조용한 서유럽 소국 정도로 여겨졌던 벨기에가 테러리스트들의 소굴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벨기에 경찰은 파리 테러와 연루된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의 은신처를 급습하고 있다.
파리 테러계획이 수립된 곳도 바로 벨기에 수도 브뤼셀 외곽의 몰렌비크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해방구가 된 몰렌비크와 가까운 브뤼셀이 불법무기가 대량으로 거래되는 유럽 최대 무기시장이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브뤼셀에서는 유럽 어느도시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게 총기를 구할 수 있다. 이티네라재단의 빌랄 베냐이치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벨기에에서는 30분이면 총기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총격사건 범인인 쿠아치 형제가 브뤼셀에서 총기를 샀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과 브뤼셀, 파리 구간을 달리던 탈리스 고속열차에서 테러를 시도하다 미국인 승객들에게 진압당한 아유브 엘 카자니도 브뤼셀에서 총기를 구입한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브뤼셀이 유럽 무기시장이 된 이유는 교통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중심에 위치해있고 유럽연합(EU)본부 등 국제기구가 집중돼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그래서 총기 단속이 유난히 어렵다. 수사기관 사이에 정보공유와 협력이 잘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벨기에는 북부 플랜더스와 남부 왈로니아 두개 주정부로 나뉘어져있고 경찰 행정구역도 6개나 되는데 유기적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래되는 총기의 대부분은 동유럽 발칸지역에서 흘러 들어온 것들이다. 수차례 내전을 겪고 지금도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발칸반도에서는 누구나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다. 세르비아에서 등록되지 않은 총기 숫자가 적게는 20만정에서 많게는 90만정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서 스파이로 일했던 클로드 모니끄 유럽 전략정보 및 안보센터 공동 창업자는 벨기에에서 유통되는 총기의 90%는 발칸반도에서 온 것”이라며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총기를 밀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발칸지역에서 300유로에 팔리는 AK-47을 벨기에 브뤼셀로 들여오면 1000유로(123만원)~2000유로(247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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