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즈니스와 사회기여’ 두 토끼 잡은 기업들의 노하우 공개
입력 2015-11-19 10:52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자칫 어렵게 들릴 수 있다. 차라리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면 더 가깝게 다가온다. CSV는 한마디로 기업과 사회의 ‘윈윈 활동이다. CSR은 선행을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 추구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CSV는 기업의 사업 기회와 지역 사회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선행마저도 기업의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킨 지속가능한 CSV 활동을 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 사례를 모았다.
본지와 동반성장위원회 한국경영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CSV소사이어티에서 올해의 CSV 대상을 선정한 결과, CJ대한통운(산업통상부 장관상) SPC(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상) CJ헬로비전(매일경제미디어그룹 회장상) 한국서부발전(한국경영학회 회장상)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CJ대한통운 실버택배
국내 최대 육상택배 업체 CJ대한통운은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회사의 구인난과 배송난에 숨통을 틔운 ‘신의 한 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지역별 택배기사를 채용한 실버택배 사업이 묘수였다. 특히 최근 실버택배는 노년층 일자리를 뛰어넘어 청년 주부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 더 큰 탄력을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실버택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차량진입이 어려운 배송난 지역이 늘면서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택배물량이 늘면서 배송기사 구인난 문제도 심각한 경영 애로사항으로 떠올랐다.
사회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실업과 노년층 빈곤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또 택배기사 사칭 범죄 발생과 지역 친화적인 서비스 향상 필요성도 커지고 있었다.
기업과 사회의 공통분모를 동시에 충족시킬 모델이 지역사회 노인을 택배기사로 채용하는 실버택배 사업이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실버택배사업을 운영하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510여 명의 만 60세 이상 시니어 인력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서울, 부산 등 34개 시, 구 지역에서 70여개의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카트와 자전거 250여대의 친환경 배송장비를 사용해 온실가스 저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택배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니어 인력들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자전거, 카트 등을 이용해 기존 차량으로는 진입이 어려웠던 아파트 단지 배송이 손쉬워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외에도 CJ대한통운은 전통시장 살리기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모두 충족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인 ′전통시장 실버택배′사업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전통시장인 부산광역시 부전마켓타운에서 실버택배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실버택배원이 부전마켓타운 내 상점들에서 택배 화물을 집화해 시장 인근 물류센터로 모으고, 이를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로 보내 일반 택배와 같은 경로로 배송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장비로는 자체 개발한 소형 전동카트를 이용하는데, 최대 250kg까지 택배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속도는 시속 3km 정도다. 협소한 시장 내 통로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고 전기구동이어서 무거운 짐을 실어도 실버택배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택배차량 진입이 어려운 전통시장 집화가 손쉬워졌고, 시니어 인력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전통시장은 원활한 택배서비스를 통한 상품 판매 촉진이 가능해졌다. CJ대한통운은 전통시장 상품 판매의 전국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실버택배 사업에 대한 중장기계획을 마련했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는 현재 개발된 실버택배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사를 설립하고 부가사업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참여자를 확대해 주부나 청년들에게도 일자를 나눠 줄 계획이다. 단순 노인취업을 떠나 체계적인 일자리 종합사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다.

◆SPC, 나눔과 상생으로 더 맛있는 빵을
SPC그룹은 1945년 10월 28일 황해도 옹진에서 상미당(賞美堂)이라는 작은 빵집으로 시작했다.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사명과 ‘나눔과 상생‘의 상미당(賞美堂) 정신을 바탕으로 상생경영을 꾸준히 실천해 온 기업이다.
SPC그룹은 우리 농산물 직거래 확대를 통해 기업과 농가 및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공여하는 CSV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 모델은 SPC그룹이 지역 농가로부터 확보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함으로써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는 공유가치창출 모델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영천(미니사과), 의령(밀), 의성(마늘), 익산(찹쌀), 진주(딸기) 등 16개 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14년 1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201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우리 농축산물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SPC그룹과 서울대학교의 산학협력 사례도 CSV 성공사례다. SPC그룹은 2007년 4월 서울대학교에 산학협동용 건축기금 45억 원을 출연해 식품·제과제빵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 일환으로 2011년 9월 서울대학교와 합작하여 ‘(주)에스데어리푸드‘를 설립했고 서울대학교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밀크플러스, ‘요거트플러스‘, ‘밀크플러스 우유 식빵 등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는 서울대학교 장학기금으로 사용한다. 이는 기업과 학교가 공동으로 수익을 창출해 사회공헌을 확대하고, 신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좇는 선진적인 CSV모델이다.
또 SPC그룹은 2012년 9월부터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SPC그룹이 제빵 기술, 점포 인테리어, 카페 운영 노하우 등을 지원하고,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직원 고용해 카페를 운영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장애인 취업 및 자활 지원사업 공동협력 협약을 통해 점포 공간을 제공하고, 장애인 재활시설인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가 제품을 생산·공급함으로써 기업과 NGO, 지자체, 복지시설이 공익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모델이다. 현재 이러한 점포는 종로 푸르메센터점, 서울시 인재개발원점, 서울도서관점 등 총 5곳이 운영 중이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장애인 직업재활에 사용된다.

◆CJ헬로비전, 시각장애인 TV서비스 이어드림(Ear-Dream)
CJ헬로비전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들리는 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명 이어드림(Ear-Dream) 프로젝트다.
이어드림은 CJ헬로비전이 미국 컴캐스트보다 한달 먼저 선보인 세계 첫 유료방송 음성 안내 서비스다. 시각 정보 중심 방송 서비스를 모두 음성으로 변환해 안내한다. 시각 장애인 가입자가 △채널선택 △VoD선택 및 구매 △예약녹화 등 다양한 유료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측은 유료방송 VoD 대부분이 포스터와 줄거리를 중심으로 노출돼 있어 시각 장애인 가입자가 콘텐츠 선택이나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어드림은 모든 메뉴를 음성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시청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연내 이어드림 솔루션을 탑재한 티빙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업 권역이 제한된 케이블TV 시장 특성상 이어드림 서비스를 전국에 보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기기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N스크린으로 권역 제한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CJ헬로비전은 현재 강원, 전남, 경북 권역 내에서 1000여가구를 이어드림 가입자로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미디어 소외계층에도 접근권이 확대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회사측에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시각장애인 단체의 자발적 홍보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발전, 협력사와 함께 세계로
한국서부발전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최선을 다하는 발전회사다. 국내 공기업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했고 수탁기업 협의회 구성을 통한 영세기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서부발전은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해외판로를 지원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2014년 7월 발전회사 동반성장위원회를 결성해 초대 주관사로 활약했다. 이를 통해 발전사간 공동마케팅을 지원하고, 예산절감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
지난해 서부발전은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과 국내외 전시회를 13차례나 함께 다니며 식견을 쌓았다.
서부발전은 유망기업에 대한 특정지역 맞춤형 해외판로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핵협상 타결로 빗장이 풀리는 ‘신이 축복한 나라 이란에 대한 중소기업 해외공동진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서부발전과 이란전력기업(MAPNA)이 공동 해외사업을 개발하고, 해외판로형 성과공유 계약을 통해 총 매출액의 2.5%가 서부발전으로 납입되는 구조다. 이 사업을 통해 협력사인 해강알로이가 300만 달러 규모 수출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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