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유가로 재정불안 사우디 정부…한국주식 3조 매물 폭탄
입력 2015-11-18 17:45  | 수정 2015-11-19 00:05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원 이상 순매도한 가운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엑소더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하락하면서 재정이 불안해진 사우디 정부가 해외 투자금을 속속 회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달로 유력시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당분간 외국인 매물 폭탄이 증시 수급의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4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적별로 보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 순매도액 5084억원 가운데 사우디계가 3분의 1인 1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사우디는 9월 9463억원, 10월 1조8965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순매도국 1위를 차지했다.
최근 3개월간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사우디계 자금만 3조128억원에 달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사우디계 국내 주식 투자 잔액 14조2800억원 가운데 21%가 순유출된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이 1조5329억원이어서 사우디계를 뺀 나머지 외국인들은 오히려 1조479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셈이다. 사우디계 자금 유출은 대부분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금융청(SAMA)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SAMA의 운용자산은 2014년 말 기준 총 7730억달러(약 888조원)로 노르웨이정부연금(8630억달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773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급 국부펀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AMA가 최근 6개월간 700억달러(약 82조원) 규모의 해외 자산을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맞아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투자금을 속속 회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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