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불편했던 미·프·러 `新3각 연합군` 으로 뭉치나
입력 2015-11-18 16:5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S와의 결전을 위한 연합군 선봉에 나서고 그간 러시아를 경계해왔던 미국에서도 미묘한 기류변화가 일어나면서 ‘미국·프랑스·러시아 3각 연합군이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러시아 국영TV 화면에 나타난 푸틴 대통령은 비장한 표정으로 하얀 군복차림의 러시아 해군 제독에게 프랑스와 동맹국으로 협조하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의 파리테러 보복에 나선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날 공동으로 절대악 퇴치에 나서자”는 제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방송이 흘러나간지 몇 시간 안돼 ‘하늘위의 탱크로 불리는 러시아의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T22가 IS본거지인 시리아 락까 상공에서 수십발의 폭탄을 쏟아 부었다. 뿐만 아니다. 바다위에선 카스피 해상 함정에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 수십기가 IS의 주요 거점지역인 알레포, 아이들리브를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러시아가 하늘과 바다에서 협공으로 쏟아부은 화력은 지난달 말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이전까지 IS퇴치작전에 사용했던 일일 화력의 두 배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공습작전이 끝난 후 TV카메라를 향해 던진 푸틴 대통령의 메세지는 IS심장부를 겨누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끝은 없다. 모든 테러리스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디에 숨든 찾아내 분노의 응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던진 메세지는 단지 IS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IS와의 결전의지를 공개적으로 세계를 향해 표명하는 것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국제무대 복귀를 선언한 셈이다.
이같은 프랑스·러시아 군사동맹의 구체적 내용들은 오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방문하는 프랑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나야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푸틴 대통령이 해군에 대해 ‘공동작전을 지시한 만큼 오는 19일 걸프만에 도착하는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 핵항모와 지중해에 위치한 러시아의 쿠즈네초프 등 항공모함이 26일 이전에라도 양동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동맹에 미국이 확실히 발을 담글 것인가 여부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과 관련 IS가 아닌 시리아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양자간 관계가 걸끄러울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24일 워싱턴DC에서 올랑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논의해 해결점을 찾게되면 연합군내에 미·러가 ‘불편한 동거를 통해 당분간 거대악 IS제거를 위한 한배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앞서 시리아에서 갈등을 잊고 미·러가 힘을 합쳐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러시아는 공습에 나서면서 처음으로 미국에 작전 내용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와 시리아내에서 군사작전중 충돌을 우려해 공습을 미리 통보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러시아는 줄곧 거절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주요 사령관들을 만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IS에 대한 공습과 관련해 연합군의 협력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는 기존의 프랑스 영국 등 미국과 공습을 함께 해 온 우방국 외에 러시아 등이 추가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안보포럼에서 파리 테러 같은 극단주의 테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다”면서 IS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러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밝힌 바 있다.
미·러·프랑스 ‘삼각동맹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지원을 결의했다.
EU 28개 회원국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17일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공동 방어에 나서도록 의무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을 적용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EU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군대는 없지만 프랑스는 EU 회원국들과 일련의 합의를 통해 군사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IS 본거지 락까는 뱀의 머리와 같다”며 공습을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확대할수 있도록 군사작전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캐나다 역시 IS 타격작전에 동참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현지 군사훈련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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