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수요 둔화 분석 "한국과 대만 가장 큰 타격···기업 퇴출·진입 개혁 절실"
입력 2015-11-17 17:35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7일 ‘2016 경제대토론회 발표자로 나서 무역침체야말로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무역침체가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당장 내년부터 시장 전망대로 연간 100bp(1.0%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ECB나 일본이 추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향후 2~3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수출 환경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하지만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무역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상회하지 못하는 점을 염려했다. 그는 통상 금융위기 직전에는 글로벌 경제가 4% 성장하면, 무역도 8% 정도는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제가 3% 성장하면 무역도 3% 밖에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은 특히 아시아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아시아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중국의 기술 발전을 꼽았다. 그는 2004년을 정점으로 전자와 기계, 화학, 철강 금속류를 중심으로 중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할 필요가 없이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국과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출 총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바로 한국과 대만이라는 것이다.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인 무역 침체의 원인은 일정 부분 경기적인 측면도 있고 구조적인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최대 5년간 무역침체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개발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0~2014년간 외국 자금이 어떤 국가로 들어갔는지 살펴보면 아시아로 들어온 돈이 3조 달러 정도된다”면서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에 비해 상당히 적은 액수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내년도 글로벌 성장률에 대해선 3%대 초중반으로 예상했다. 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도 글로벌 성장률은 국제금융위기 직전 4.5~5%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1.5%포인트 정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중경 KDI 원장은 이 같은 경제 여건 악화에 대해 기업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으로 돌파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 수가 전 산업에서 15%에 달한다”면서 특히 조선 철강 해운을 중심으로 3년 연속 좀비 기업이 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금 금리는 대단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산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제적 구조조정 사례로 삼성을 꼽았다. 김 원장은 삼성 같은 경우 화학을 팔고 바이오에 진출한다든지 이런 조정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보니 어쩔 수밖에 없이 자산매각 등을 통한,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이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시장 진입과 퇴출이 저하되고 있는 점을 염려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기업수 대비 창업 기업을 뜻하는 진입률과 기업수 대비 폐업을 뜻하는 퇴출률이 각각 20%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5~10% 선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진입률이 퇴출률 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속된 말로 신진대사가 안 돼 우리나라 산업이 변비가 걸린 것”이라며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익이 안 나고 투자가 안 되니 저성장이 고착화됐다. 때문에 퇴출과 진입 면에서 일대 혁신을 단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원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염려했다. 김 원장은 우리는 경직된 연공서열 중심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50대 초반에 회사에서 퇴직하면 결국 자영업에 진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가계 소득은 하락하고 부채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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