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의 칼자루를 쥔 예산안조정소위의 정원을 슬그머니 늘렸다가 여론의 비난 속에 후퇴했던 여야가 이번엔 ‘돌려막기 꼼수를 부렸다.
소위 활동기간 동안 한명씩 위원을 교대하면서 15명 정원만 유지하는 ‘천재적 발상‘을 짜낸 것이다.
387조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심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애초 9일부터 소위를 열어 예산안 감액·증액 심사에 착수했어야 하지만 교과서 국정화와 소위 증원 문제 등으로 일주일을 공전했다. 활동 시한이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자 여야는 지난 13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소위 위원수를 15명에서 17명으로 늘린 뒤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하는 데는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순순히 넘어갈 국회는 아니었다. 여야는 애초 예산소위 참여 의원 수를 15명에서 여야 각각 1명을 늘린 17명으로 조정하려다가 김재경 예결위원장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여야는 당초 예결위에서 결정된 15명(여당 8명, 야당 7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예산안 심의를 개시했다. 새누리당은 기존 소위 인원8명(김재경 위원장, 김성태 간사, 서상기, 안상수, 나성린, 박명재, 이우현, 이종배 의원)에 이정현 의원을 추가하려던 계획을 접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8명(안민석 간사, 이인영, 정성호, 박범계, 이상직, 권은희, 배재정, 최원식 의원)중 정성호 의원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7명을 조율한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은 명단에서 한명을 완전히 제외하지 않고 소위 활동 기간 중 한 명씩 교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속성이 중요한 예산 심사의 특성을 외면한 채 서로의 ‘잇속만 챙기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새누리당도 ‘돌려막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소위 공전을 막기 위해 일단 내가 양보를 하고, 인천의 안상수 의원이 중간에 사·보임하는 쪽으로 융통성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각각 교차 참석, 사·보임(辭·補任)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사·보임을 통해 안상수 의원을 예산조정위 활동 전반부인 감액 검토팀에 남기고, 이정현 의원을 후반부인 증액 검토팀 소속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가 사보임, 교차참석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을 늘리려는것은 지역구 예산을 챙겨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예결소위 위원은 지역구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지역구 예산안을 더 따내면 아무래도 총선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을 늘리려고 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연속성이 중요한 예산 심사의 특성을 외면한 채 서로의 ‘잇속만 챙기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 여야 의원들의 꼼수를 막을 방법은 없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위원 정수를 맞췄기 때문에 사보임으로 위원을 바꾸는 것은 상관 없다”고 밝혔다.
[길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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