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무차별 테러 여파로 그동안 이슬람국가(IS) 봉쇄에만 집중했던 미국의 군사전략이 IS격퇴로 급선회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전투기가 파리 연쇄 테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시리아 북부 IS 거점 락까에 20여차례 폭격을 가한 데 이어 미국도 파리 테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주말 연합군과 함께 IS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미국 국방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이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 작전의 일환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 IS기지에 대해 18차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전투기와 드론이 동원된 시리아 작전에서 알 하사카, 락까, 마라, 하사카, 하울, 다이르 앗 자우르 6곳에 대한 공습이 이뤄졌다. 이라크에서는 폭격기와 전투기, 드론을 활용해 키시크와 모술, 라마디, 신자르 지역에 12차례 공습을 진행했다. 이번 작전은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했고 영국, 호주, 캐나다, 벨기에, 요르단 등이 연합군으로 참여했다. 이번 작전은 최근 진행된 연합군의 IS에 대한 공습 중 가장 대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특히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IS 공격과 관련한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고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앞으로 IS를 겨냥한 공습이 단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프랑스가 대응을 주도해 나갈 것이며 미국은 프랑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또 이번 사건이 IS에 의한 ‘전쟁 행위(Act of War)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불특정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테러조직에 의한 전쟁행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략적 인내를 기조로 했던 오바마 정부의 IS에 대한 전략 변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현재로서는 미국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주요 대선주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지상군 투입, IS 격퇴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주문하고 나섰다.
젭 부시 공화당 대선주자는 이번 테러는 서구 문명사회를 향한 전쟁”이라며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봉쇄 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격퇴 전략으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IS와의 전쟁은 문명의 충돌”이라며 여기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우리가 이기거나 IS가 이기는 것 외에는 없다”고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지상군 투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오바마 정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IS 다음 타깃이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내 여론도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지상군 투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와 싸우는 군대를 간접 지원하는 노선을 견지해 온 오바마 정부의 중동전략 수정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 안탈랴 현장에서 비공식 회동을 하고 IS 격퇴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 정상간 회동이 끝난뒤 G20 정상들의 업무 만찬이 시작되기 전 예정에 없던 회동을 하고 통역만을 대동한 채 약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구체적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리 테러후 긴박한 현안으로 떠오른 극단주의 무장조직 IS 등 국제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처 문제와 시리아 사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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