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최악의 테러 참사가 발생하면서 슬픈 사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테러 사건이 금요일 저녁 시내 중심가에서 발생한 탓에 현장에 간 20~40대 희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출신의 엔지니어인 알베르토 곤살레스 가리도(29)는 사건이 난 시내 바티클랑 공연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총격이 벌어지는 아수라장 속에 아내의 손을 놓치게 됐고, 이후 그는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총을 맞는 과정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군중속에 숨어있던 그의 아내는 다행이 목숨을 건쳤다.
이날 바타클랑 무대에 선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 멤버들은 무사했지만 밴드 공연을 담당한 매니저인 영국인 닉 알렉산더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족들은 닉은 그가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죽었다. 그가 전세계 친구들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가 우리에겐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건너온 유학생은 친구와 시내에서 식사하던중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미국 롱비치캘리포니아주립대 3학년생 노에미 곤살레스(23·여)는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왔다가 이날 테러가 발생한 캄보디아 식당에서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대학 관계자는 곤살레스는 자신감 있고 매우 에너지 넘치는 학생이었다”며 애도했다.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서도 프랑스 국민은 부상자 치료를 위한 헌혈 행렬이 이어가며 높은 시민정신을 보여줬다. 헌혈을 위해 늘어선 줄이 100m가 넘고, 3시간이나 기다려 헌혈한 사례가 보도됐다. 파리 한 병원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하니 나중에 다시 와달라”며 사람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독일간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관람하던 중 테러 발생 소식을 듣고 8만 관중을 뒤로한 채 나홀로 대피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테러 폭발음이 경기장 안까지 들려와 관중들이 동요했지만 경기는 별다른 공지없이 계속됐다. 경기 종료 후에야 외부 상황 때문에 일부 출입구는 폐쇄한다”는 안내가 나왔고, 수천명의 관중들은 경기종료 후에도 경기장에 머물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친선경기에 참가했던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 앙투안 그리즈만(24)과 바타클랑 극장에 머물던 그의 누나 마우드(27)가 모두 목숨을 건진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런 소식이 됐다. 경기가 끝나고도 경기장을 벗어나지 못하던 앙투안이 SNS를 통해 누나가 위험에 처했다고 전하자 수많은 이들이 마우드의 안전을 빌었고, 무사하다는 소식에 함께 안도했다.
한편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 파리 테러를 애도하기 위해 삼색기를 적용한 임시 프로필 기능을 내놓아 많은 이용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 기능을 수락하면, 본래 프로필 사진에 청색·백색·적색 모양의 필터가 적용된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저는 안전해요”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애도 물결은 전세계 주요 도시로 퍼지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파리 테러 직후 5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우리는 테러범들의 협박에 물러서지 않는다”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하며 추모 집회를 가졌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 맨해튼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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