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판 블랙프라이 대결서 ‘중국에 완패한 한국’
입력 2015-11-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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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인터넷몰 톈마오(T몰) 홈페이지가 11일 0시를 알린 순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애타게 바라보던 13억 중국인들이 일제히 클릭을 시작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쇼핑대목으로 불리는 세계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싱글즈데이)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이 미리 찜해둔 할인제품을 향해 앞다퉈 ‘구매버튼을 눌러댔다. T몰이 광군제를 맞아 얼마만큼 주문이 들어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베이징에 세운 매출액 전광판은 1분만에 10억위안을 돌파했고 한시간뒤에는 300억위안(5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대형백화점 두달치 매출이 한시간만에 이뤄진 셈이다.
중국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T몰 홈페이지는 주문 폭주로 이날 새벽 2시까지 접속장애와 주문지연이 반복됐다. 할인폭이 크고 수량이 한정된 가습기와 공기정화기 등 계절가전은 순식간에 ‘완판메시지가 떴다. 알리바바 계열 물류회사 차이냐오에 따르면 이날 행사개시 40분만에 배송주문이 1억건을 돌파했다. 작년보다 8시간이나 빠른 기록이다.
쇼핑 열풍은 이날 하루 종일 이어졌다. 직장, 대학, 까페 등 인터넷이 연결되는 장소에선 어김없이 인터넷 쇼핑에 열중하는 ‘디토우주(低斗族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가 넘쳐났다. 베이징 베이샤오허공원 인근 까페에서 만난 주부 쑨모씨는 사고 싶은게 많아서 노트북을 들고 까페로 나왔다”며 요즘 스모그가 심해 우선 공기정화기를 한대 주문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인터넷쇼핑을 위해 아예 하루 휴가를 낸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택배차량들은 쉴새없이 상품을 실어날랐다. 베이징 동후완아파트로 배송을 나온 택배기사는 오늘 배송물량이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아 심야배송까지 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경기침체 우려까지 날려버린 광군제 효과는 한국이 지난달 실시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관이 주도한 한국판 ‘블프는 기대만큼 매출을 일으키지 못해 내수진작 효과가 미미했다. 민간기업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광군제와 달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가 기획하고 연출한 관제 행사였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홈쇼핑 등은 정부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에 불과했다.
행사 직후 정부는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5~1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이야기는 다소 다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내수 경기가 바닥을 쳤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정부의 쥐어짜기식 세일이 가져온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생색내기 행사로 급조돼 제품 다양성이나 할인폭이 광군제나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해 턱없이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 등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똑똑해졌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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