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웅산 수지 여사 "직함 없는 대통령될 것…증오·공포 몰아내겠다"
입력 2015-11-11 08:49 
아웅산 수지/사진=연합뉴스
아웅산 수지 여사 "직함 없는 대통령될 것…증오·공포 몰아내겠다"
"시대 변한 만큼 군부 세력약화…무슬림 로힝야족도 포용하겠다"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을 이끈 아웅산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자녀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a rose by another name·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 직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대통령처럼 국가 권력의 정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수치 여사는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최근 이 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이날 BBC 인터뷰에서 "필요한 대로 대통령을 찾겠지만 내가 집권당 지도자로서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데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008년 헌법을 개정해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으로 자녀를 둔 국민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중대한 결정을 책임지는 실질적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계획이 대통령의 임무와 관련한 헌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이 다른 어떤 국민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치 여사는 사실상 수렴청정인 이 같은 조치가 공정하냐는 질문에 "나는 투명성과 책임감의 가치를 믿는다"며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이번 총선에서 NLD가 전체 664석 가운데 75%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군부에 할당된 25% 의석인 166석을 제외한 선출 의석을 거의 모두 차지해 단독정권을 수립할 수 있는 압도적 승리를 의미합니다.

수치 여사는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데 대해 "일부 지역에서 협박이 있어 공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자유롭게 치러졌다"고 평했습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선출대상 의석 498석 중 50여 개 의석의 결과만 발표했습니다.

NLD는 선관위가 결과를 왜곡하려고 의도적으로 발표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사실은 자명하나 의회에 많은 의석이 할당돼 있고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대 등 안보 관련 부처를 장악하고 있어 군부가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집니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변했다"며 1990년 총선 승리가 무산될 때처럼 군부가 국민을 억압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집권 후에도 수치 여사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소수민족 분쟁, 주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사이의 종교 분쟁도 큰 과제입니다.

2012년 서부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종교 및 종족 분쟁으로 200만명이 숨졌고 14만명 난민이 발생했으며 갈등은 중부와 동부로도 확산했습니다.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탈출해 안다만해에서 보트피플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치 여사는 그동안 이런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해 인권 수호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BBC에 자신의 정부는 무슬림 역시 보호할 것이며 증오를 퍼뜨리는 이들은 법적 처벌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증오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대다수 국민이 평화를 원하며 증오와 공포의 식단을 주식으로 먹고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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