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매물로 나온다면 새 주인 후보는?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다면 새주인 찾기 셈법은 꽤 복잡하다. 해운업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존 해운업체들은 자신의 고객사와 얼라이언스(연합) 관계 등 다양한 조건들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인수주체로 부각되는 건 국내 1위·세계 10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다. 여기서 현대상선을 인수하면 메가 해운사를 위한 도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실적부진 등 스스로도 재무적 부담이 큰 한진그룹이 현대상선을 인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인수를 하더라도 한 쪽 얼라이언스를 잃을 수 있는 합병 보다는 양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영효율화를 이루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범 현대가에서 현대상선을 인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현대중공업 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쳤다. 지금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불황 직격탄을 맞아 전선을 뒤로 물렸지만, 현대상선이 헐값에 나온다면 인수전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전격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현 회장과 그룹의 적통인 현대건설을 놓고 연장전까지 진행되는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매물로 나온 현대상선이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산업은행 우산 속에서 거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바람을 타고 산은이 새 물건을 관리할 여지가 크진 않지만, 기간산업인 해운업계의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현대그룹과 산은이 타협안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