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부실펀드` 10여개도 퇴출위기
입력 2015-11-10 17:42  | 수정 2015-11-10 19:42
이 중 상당수 코파펀드의 투자 실적이 '제로'여서 국민연금과 해당 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펀드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투자 약정 해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미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부진한 부분의 경과를 체크하고 있고, 일정 기간 아무것도 안 하면 약정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도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파펀드는 2011년 자본력 및 장기투자 여력이 충분한 국민연금과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 간의 결합을 통해 경제성장 모멘텀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현재까지 코파펀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4조9800억원의 기금이 약정된 코파펀드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6262억원(12.6%)에 불과했다. 최근 성과는 지난 9월 CJ대한통운이 중국 룽칭물류 지분을 인수하면서 코파펀드 결성 후 처음 활용한 사례뿐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연기금·공제회의 코파펀드가 부진한 이유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활황을 꼽는 의견도 있다. 코파펀드 조성 목적이 대기업의 해외 M&A에 있음에도 정작 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딜(Deal) 발굴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M&A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좋은 매물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및 사모펀드들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사겠다는 의지만으로 딜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IB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돈이 없어 해외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룹 오너가 옥중에 있는 상황처럼 기업들 스스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외부 요인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은 지원을 하는 입장이지 어디에 투자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기업들 스스로 전략적 판단에 따라 펀드를 활용하지 않았거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초 코파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펀드 수익 발생 시 기업보다 먼저 가져가는 이율을 종전 4% 수준에서 2%로 낮추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권 눈치 보기' 등 정치적 이유를 거론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파펀드가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데다 현 정권은 기업들에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강도 높게 주문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만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코파펀드 :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Corporate Partnership Fund)의 약어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나설 때 국민연금 등 큰손들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돈을 대주는 기업-연기금 공동투자 펀드를 말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한화그룹과 결성한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약칭 코파펀드)를 접기로 하면서 실제 투자 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10여 개 국민연금 코파펀드도 줄줄이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1년 국민연금이 가장 먼저 조성한 KT&G 코파펀드의 투자기한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 동원그룹 SK그룹 GS건설 LS그룹 KT 등이 국민연금과 조성한 펀드가 잇따라 기한 만료된다.
[강두순 기자 / 채종원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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