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원전산업 메카로 변신하는 경주
입력 2015-11-08 17:08  | 수정 2015-11-08 19:17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사진 제공〓대우건설]
울산공항에서 동해안 31번 국도를 따라 경주 문무대왕릉이 위치한 북쪽을 향해 차로 30분을 달리다 보면 바닷가에 둥근 돔 구조물 6개가 나란히 나온다. 대형 포탄 같은 아파트 12층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월성 원자력 1·2·3·4호기와 신월성 원자력 1·2호기다.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봉길리에 위치한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공사 현장은 9일 준공식만 남겨둔 채 상업발전 준비가 끝나 발전소 직원 주차장은 500여 대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발전소 인근 읍천항 식당 주인은 "내년 3월 한수원 본사 직원들까지 경주로 내려오면 단체 회식이나 출장 손님들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월성 1·2호기 건설은 1조원 넘는 국책사업으로 2005년 용지 정지공사부터 원자로 건물, 연료 건물까지 10년 만에 준공됐다. '한국형 원전' 수출을 목표로 설계부터 국산화했다는 의미에서 5분 거리 월성 원자력발전소와 구분해 '신(新)'월성으로 부른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형 원전도 안전성이 강화돼 원통형 원자로 외벽을 두께 1.2m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 내부 수소 폭발에 버티게 했다. 9·11테러와 같은 항공기 납치 공격에도 대비해 제트기와 충돌 시험도 거쳤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해안가 거가대교 건설에 선보였던 최첨단 침매함 공법을 이용해 원자로 냉각수를 해안가가 아닌 바다 깊은 곳에서 내보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원자력시설 해체종합연구센터와 원자력기술표준원, 원자력인력양성원 등도 추가 유치해 경북도와 함께 경주를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핵심 도시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는 건축물 층수 제한을 기존 15층에서 25층으로 완화한 데 이어 동해남부선 신설역 개통으로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 본사 직원 1100여 명과 협력사 직원들 이주는 부동산 시장에도 또 다른 활력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한수원이 분양받아 직원들에게 임대한 불국동과 황성동 아파트 시세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초 한수원이 경주로 이전하면 인구 유입효과가 있고 한수원 지원자금이 풀리면서 부동산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원전 1기당 30억원씩 연간 지원금 180억원을 경주에 내기로 했다. 주민들은 해수탕, 종합스포츠센터 등을 지어 수익사업화할 계획이다. 한수원 월성·신월성 발전소가 올해 납부할 지방세는 발전량에 따라 부과하는 지역자원시설세 280억원을 포함해 647억원에 달한다.
원전 건설은 경주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한수원은 신입사원 채용 때 경주시민에게 5% 가산점을 준다. 실제 한수원 신입사원의 5~8%가 매년 경주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월성 원전에서 필요한 단순 노무인력은 지역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며 "일할 의사만 있으면 고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일자리가 없어) 앉아 노는 노인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주 = 김기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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