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슈퍼개미 요구 수용한 바이오벤처 `크리스탈`
입력 2015-11-05 20:45 
슈퍼개미 양대식 씨
바이오 벤처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슈퍼개미인 소액주주의 요구를 수용해 최고재무책임자를 교체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을 소각하거나 임직원 인센티브로 분배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높이기에 합의했다.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행동주의 주주활동이 경영진의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바꿔놓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5일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회장은 "(개인 주요 주주인) 양대식 씨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만났다"며 "주총 전에 합의를 통해 BW 일부 소각 혹은 임직원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을 포함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지분 7.6%를 보유해 조 회장(16.5%), 한미약품(8.3%)에 이은 3대주주로 그동안 소액주주들 의견을 모아 회사 측에 전달해왔다.
2009년부터 7년째 크리스탈에 장기간 투자해온 양씨는 "회사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인수·합병(M&A)과 이를 위한 자금 조달 등으로 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과 대립해왔다. 이를 토대로 양씨는 다음달 17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 측이 추천한 이사진 2명과 감사 1명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양씨는 "신약 연구개발(R&D)에 매진해야 할 크리스탈이 2013년 제약사인 화일약품을 468억원에 인수했지만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390억원의 BW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결과 물량 부담으로 기존 주주들만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회사 측은 화일약품이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생산하는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향후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려 390억원에 달하는 BW와 CB를 발행한 것이다. 그 결과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양측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서로 대립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조 회장이 양씨와 면담을 통해 합의에 나서면서 주주 친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조 회장은 "더 이상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며 대결 구도로 가는 것보다 양측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주주 이익을 함께 도모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BW 처리를 놓고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씨는 "4일 조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조 회장은 보유한 BW 중에서 일부 BW의 신주인수권리를 포기하기로 합의를 했다"며 "직원들에게 BW를 양도하는 등 얘기는 이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각론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총론에서는 합의했다는 게 양측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인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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