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네시스, 독립 첫 출발의 힘은 ‘세계 최고수준 강판’
입력 2015-11-05 17:03 

지난달 티센크루프(TKS) 등 독일철강협회 제강분과 소속 회원사 8곳 공장장들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자동차용 강판 제작 공정중에서도 탈황, 탈인 등 불순물 제거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견학 목적으로 현대제철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자동차강판 분야에서 세계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 그룹이 제네시스를 독립브랜드로 내세워 고급차 시장경쟁에 뛰어든 것은 적어도 품질하나만큼은 벤츠나 BMW와 겨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기반하고 있다. 이 자신감은 소재, 그중에서도 강판쪽 경쟁력에 힘입은바 크다.
지난 4일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 발표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제네시스는 설계단계부터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 기술이 적용된 첫 차”라며 소재에 맞춰 차를 개발하던 방식에서 차에 맞춰 소재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장력 강판이란 차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연강판에 비해 두께는 얇으면서도 강도는 더 늘린 강판을 말한다. 차는 가벼울수록 연비와 가속성능이 좋아지는데 대신 강판의 두께를 줄이고도 내구성에는 영향이 없어야 한다. ‘가벼우면서 튼튼한 차를 만드는 핵심소재가 초고장력 강판이다. 기존강판보다 10% 가벼우면서 강도는 30% 더 높다.
현대차는 글로벌 차 업체중에서 초고장력 강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로 꼽힌다. 2013년 연말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전체 차량에서 초고장력 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51.5%다. BMW 5(32%)나 아우디 A6(25%) 등 프리미엄 차종 들보다도 월등히 높다.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스몰 오버랩 충돌테스트에서 제네시스는 승용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는 등 안전성에서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엔 K5, 스포티지 등 중형 신차들까지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현대차가 초고장력 강판을 이처럼 아끼지 않고 투입할 수 있는 것은 현대제철을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완성차업체가 계열사로 제철사를 둔 경우는 인도 타타그룹과 현대차 두곳 뿐이다. 글로벌 레벨의 완성차로 따지면 사실상 현대차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와 제철의 결합은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과거 현대차가 강판 조달을 포스코에 의존할때는 두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우선 물량조달에 항상적 어려움을 겪었고 둘째 신차개발 컨셉에 맞는 강판을 주문제작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강판을 주문 제작하는데 기본이 2~3년, 길게는 5년까지 걸렸다”며 그렇다보니 강판에 맞춰 차를 제작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에서 60% 이상 물량을 공급받는 지금은 새로운 강판을 만드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 현대제철은 지난 5년간 총 87종의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했다. 지난 2012년에는 100~120K급 초고장력강 등 10종을 개발했고 지난해는 고강도 열연도금강판 등 6종의 강종 개발을 완료했다. ‘주문 즉시 개발 시스템이 갖춰진 셈인데 현대차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회사 어느곳도 근접하기 힘든 경쟁력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정몽구 회장의 선구적 결단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의 기본 동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팎의 회의적 시선을 무릅쓰고 현대제철 인수 결단을 내린 것도 정몽구 회장이었고, 안전성 제고를 위한 승부수로 초고장력 강판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도 정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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