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日 “법적 책임 없다”···위안부 해결 기약없는 한일 입장차
입력 2015-11-03 16:22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했지만 사과 수위와 배상의 폭 등 쟁점을 놓고 양국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일본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 다시 문제를 안 삼는다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측의 요구가 현실화되기까지 숱한 난관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일본측에서는 과거 위안부 보상을 위해 설립했다가 해산된 아시아여성기금 증액이나 후속사업 추진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 지원사업 예산을 1억엔(9억4000만원)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인정한 위안부 생존 피해자는 47명이다. 1인당 2000만원 꼴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5년 위안부 보상을 위해 조성했던 아시아여성기금이 2007년 해산된 이후 NPO(비영리단체)를 통해 의약품 등을 지원해왔다. 올해 예산은 약 1500만엔이다. 일본 정부 구상은 이 예산을 크게 늘려 위안부 보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지난 6월 한일 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 잔액 8000만엔(7억5000만원)을 크게 증액해 위안부 복지 사업에 사용하고, 아베 총리의 편지를 위안부에게 전달하는 협상을 마련해 거의 합의 직전까지 갔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 편지에는 ‘책임을 느낀다는 표현을 넣는 방안도 조율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이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한일이 대립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한일 양국은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9차례 국장급 협의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나온 협상안을 보면 2012년 일본 민주당 시절, 이명박 정부와 논의했던 사사에 안과 유사한 방식이다.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었던 사사에 겐이치로가 마련한 이 안은 일본총리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면담, 일본 정부 예산 지원안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합의를 이룰 경우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와 함께 이번 합의가 위안부 문제 완전 종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내에 과거 총리의 사죄편지와 아시아여성기금 조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와 별도로 일제 강점기 징용공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산케이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난 6월 메이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로 한일 관계가 대립으로 돌아선 바 있다. 두 가지 판결에 따라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경우 위안부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조기해결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넘어간것도 일본측이 법적 책임 문제 등과 관련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는 한국측이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과 관련해 아베 총리에게 ‘연내를 명기하자고 요구했지만 아베 총리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오찬 때문에 국익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며 쓴웃음이 나왔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연내 해결을 거부한 것은 굳이 협상 시간에 얽매여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연내(위안부 협상 타결)란 단어를 합의안에 집어넣는 것과 점심식사를 연계하는 것은 ‘난센스란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양국은 오찬없이 충분한 시간동안 논의를 하기 위해 단독·확대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었다”고 밝혔다. 이미 오찬은 하지 않기로 결정이 돼 있었는데 이를 합의문과 연결시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 후속 협의는 기존의 한일간 국장급 채널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측은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일본측은 이시카네 기미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맡고 있다. 한일 양국은 조만간 제10차 국장급 협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국은 국장급 채널 외에 장·차관급 또는 별도 막후 채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내 타결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양국 정상의 의중이 실린 인물이 막후협상에 나서 입장차를 조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등의 대일 외교 진전은 위안부 연내 타결 여부에 달린것 같다”며 조심스럽지만 향후 위안부 문제 협상과 관련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실장과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막후 채널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이번 한일 정상간 단독회담때도 배석한 바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