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쥐꼬리 월급’ 공기업·대기업 인턴채용, 청년 두번 울린다
입력 2015-11-03 16:13 

# 올해 상반기 모 대기업의 디자인 관련 직군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김 모 씨(24)는 첫 월급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하루 9시간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한 김 씨가 받은 월급은 고작 30만원. 한달 출퇴근하는 데 쓴 차비도 안되는 금액이었다. 채용 공고에 ‘소정의 활동비를 준다고 해 월급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이 정도로 적을 줄은 몰랐다. 말로만 듣던 ‘열정 페이를 체감한 김 씨는 회사에 항의했지만 사측은 공시한 그대로”라며 무시했다. 김 씨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김 씨처럼 쥐꼬리 월급을 받으면서 단기 인턴으로 ‘뼈빠지게 일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기업들이 정확한 직무와 월급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청년 인턴을 채용하면서 ‘저임금 혹은 ‘무급 청년 노동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과 공기업 인턴모집 공고 대다수가 월급, 직무 같은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3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수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사기업 인턴 채용공고 중 55.5%(148건)이 정확한 임금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대 기업은 인턴 채용 공고 167건 중 76%(127건)가 임금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청년위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인턴 채용공고 267건을 분석하고 경험자를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취업 준비생 김희수 씨(24)는 인턴 급여가 나와있지 않아 근무를 하면서 월세, 식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인턴 자리도 궁하지만 생활비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게 된다”고 털어놨다.

인턴 구직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정규직 전환 여부도 상당수 공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267건의 인턴 채용공고 중 34.5%(92건)가 ‘정규직 채용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향후 채용절차에서 가산점 부여 등 우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초 금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A씨는 실적이 좋은 인턴은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친인척 등 주변에 카드 발급을 권유하며 실적을 늘렸다. 하지만 금융사는 인턴 종료 시점이 되자 ‘정규직 전환이 불가한 전형이었다고 밝혔다. A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A씨는 다시 무직자가 됐다. A씨는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 조건이 없다고 명시했으면 실적만 올리기보다 직무를 배우는 데 더 집중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채용 연계 여부를 명시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정규직 전환 조건을 명시한 기업의 인턴 공고 86건 중 단 7%(6건)만이 정규직 전환 예정 인원을 명시했다. 올 초 주류 유통 기업 인턴으로 근무하다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김종규 씨(27)는 몇 명이 전환될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실적 경쟁에만 내몰린 채 희망고문을 당한 느낌이었다”며 씁쓸해했다.
이같은 ‘묻지마 인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현재 ‘(가칭)인턴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지침엔 임금, 정규직 전환 여부같이 청년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황청순 고용노동부 주무관은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 중이며 금년 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인턴 채용 시 정확하고 충분하게 정보가 제공돼야 청년들의 효율적인 구직활동이 가능해진다”며 청년위원회도 고용노동부에 적극 협조해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배미정 기자 / 오찬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